[스포츠서울 | 인천=강예진 기자]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10대 열풍’이 불고 있는 K리그에, 특별한 DNA를 지닌 영건이 있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 25라운드에서 나란히 프로 데뷔골을 터뜨린 진준서(19·강원)와 강주혁(18·서울)이다.

저돌적인 스피드가 장점인 둘은 이종사촌이다. 진준서의 어머니 전은영 씨와 강주혁의 어머니 전선하 씨는 ‘친자매’다. 육상에 재능이 있던 조모의 DNA를 물려받았다. 육상에 소질이 있던 1남 4녀 중 막내인 전선하 씨는 육상선수였다. 그의 남편 역시 육상선수다. 전은영 씨는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역시 남다른 운동 DNA로 유명했단다.

진준서와 강주혁의 뽐내는 스피드 등 남다른 운동 능력이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이다. 둘은 여느 이종사촌보다 우애가 깊다. 유년시절 호주 유학부터 축구를 시작한 계기까지 겹친다. 둘은 축구를 먼저 시작한 강주혁의 친형을 따랐다. 진준서는 공부를 병행하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엘리트로 나아갔다. 강주혁은 처음부터 엘리트 축구에 입문했다. 모든 걸 함께 하고 공유하는 둘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는 동반자다.

우연의 일치일까. 둘은 올 시즌 각각 강원, 서울에 입단했다. 인천대를 거친 진준서는 지난 6월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강주혁은 ‘준프로 제도’를 통해 프로에 발을 내디뎠다. 비슷한 시기에 프로 데뷔전을 치렀는데 데뷔골도 같은 라운드에서 터뜨렸다.

진준서는 지난 26일 전북과 홈경기에서 교체 투입 6분 만에 팀에 네 번째 골을 책임졌다. 강원은 이날 진준서의 쐐기포를 더해 4-2 대승했다. 강주혁은 진준서의 골 소식에 자기 골처럼 기뻐했단다. 좋은 기운을 받았는지 강주혁은 다음날 열린 인천과 원정 경기(서울 1-0 승)에서 후반 1분 만에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일류첸코가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잡아 상대 수비 견제를 영리하게 이겨내며 왼발로 차 넣었다. 진준서는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며 축하했다.

전은영 씨는 “준서가 골을 넣은 날은 정말 감격스러웠다. 다음날 주혁이도 데뷔골을 터뜨려 정말 신기했다”고 웃었다. 전선하 씨 역시 “현장에서 지켜봤다. 준서가 전날 골을 넣은 뒤 준혁이가 ‘자기도 골 넣겠다’더라. 준비해온대로 경기장에서 나와 다행이다. 같이 있던 준서도 정말 좋아했다”고 반겼다. 그러면서 “내가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주혁이를 많이 ‘푸시’하곤 했다. 부담이 없을 수 없지만, 주혁이가 잘 따라준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올 시즌 K리그는 양민혁(강원)을 비롯해 윤도영(대전), 박승수(수원) 등 10대 선수 활약이 유독 눈부시다. 전선하 씨는 “아이들에게 자극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준다”면서 “겸손하게 노력한다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니, 파이팅하자”고 덕담을 남겼다.

전은영 씨도 “준서와 주혁이 모두 열심히 한다. 결과가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면서 겸손하게 임하면 더욱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응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