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 개막에 앞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짧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기지개를 켠다.

KLPGA투어 하반기 첫 대회가 열리는 무대에 눈길이 간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한 번은 만끽하고 싶은 곳’으로 이른바 ‘워너비 코스’로 불리는 곳에서 제11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원)가 열린다.

내달 1일부터 나흘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해의 선수 출신인 박성현(31), 2024시즌 올해의 신인을 노리는 임진희(26·안강건설) 등 걸출한 스타도 출사표를 던졌다.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열리는 블랙스톤 제주(파72·6585야드)는 골프천국 제주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곳이다. 적절한 난도와 완벽한 잔디 컨디션은 물론, 제주 특유의 빼어난 자연환경을 18홀 내내 즐길 수 있는 곳이어서 대회 개막을 기다리는 선수들도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블랙스톤 제주는 코스 평균 해발고도가 250m가량 된다. 완만한 지형처럼 보이지만, 한라산과 제주 바다를 모두 느낄 수 있도록 동-서방향으로 플레이하도록 설계했다.

미국 JMP 골프 디자인그룹 브라이언 코스텔이 국내 첫 작품으로 빚은 코스는 링크스(북) 포레스트(남) 마운틴(동) 등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곶자왈’은 화산 분화 때 화산송이들이 분화구 주변에 쌓여 오름을 만들고, 흘러내린 용암이 굳은 돌무더기(자왈)에 덩굴과 나무들(곶)이 마구 뒤엉켜 빽빽이 자란 제주의 지형적 특성이다. 원시림처럼 보이는 곶자왈 사이로 들어선 페어웨이에 사철 푸른 벤트그래스가 비단처럼 펼쳐져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회원제 18홀과 대중제 9홀 등 27홀로 구성했는데, 곶자왈과 제주 특성을 오롯이 보존한 덕에 코스별 특성이 뚜렷하다.

링크스 스타일 특성을 지닌 북코스는 제주 서쪽 바다를 향해 티오프해 한라산의 마중을 받으며 돌아온다. 숲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남코스는 전장만 3429m여서 힘과 기술, 전략을 두루 펼쳐야 공략할 수 있는 곳이다.

동코스는 곶자왈 속에서 샷하는 다이내믹함을 맛볼 수 있는데, 정물·당·돌 등 제주 특유의 오름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어 기쁨을 배가한다.

직선을 찾아보기 어려운 코스여서 KLPGA투어 선수들의 플레이가 블랙스톤 제주를 경험하고픈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플레이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갤러리와 골프팬 모두 골프 코스의 맛과 멋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에서 하반기 첫 대회가 펼쳐진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반도체 트레이 제조회사인 대원산업 원용권 회장은 “블랙스톤은 세상의 떠들썩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머물며 삶을 통찰하고 귀한 인연을 쌓아가는 곳,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안식과 교류의 터전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염원을 담아 ‘현자의 돌(Philosolher’s Stone)’이라는 의미인 블랙스톤을 골프장 이름으로 지었다.

디펜딩챔피언이자 ‘제주의 딸’인 임진희는 “고향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남다른 경험”이라며 “시차적응이 걱정이지만, 많이 오셔서 응원해 주시면 힘이 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