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환자 유기치사 혐의로 피소된 정신과전문의 양재웅 원장을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다.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사망한 환자는 물론이고 사망사고 이후 유가족에 대한 대응에 비난이 커지고 있다.

사건발생 후 2달여간 최소한의 애도와 배려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자와 정서적 교감이 중요한 정신과전문의로서 자격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앞서 지난 28일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차 입원했던 30대 환자가 입원 17일 만인 지난 5월27일 오전 4시께 가성 장폐색으로 사망한 사건이 알려졌다. TV에서 보고 중독치료를 위해 양재웅 원장이 운영하던 병원에 입원했던 A씨는 손과 발, 가슴을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당한 2시간 뒤 배가 부풀어 오르고 코피를 흘리다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유족이 공개한 CCTV에 따르면 A씨는 복통을 호소하며 문을 두드렸지만, 병원 측은 적절한 의료행위나 전원 조치 대신, 안정제를 먹여 격리하는 조치만 했다. 30대의 의사소통이 원활한 환자를 굳이 격리실에 가둬 강박하고, 지속적으로 방치한 부분은 의문이 더해졌다. 가성 장폐색 자체가 흔한 질병은 아니지만, 복통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없어 보였다.

사건 이후 대응에도 논란이 거세졌다. 양 원장은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지난 29일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고인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 계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A씨 유가족은 “그동안 사과는커녕 변호사를 통해 이야기하라더니 언론에 보도되니까 뒤늦게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병원 앞에서 시위할 때도 눈길 한번 안 줬다”라며 분노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 사과였다.

양 원장은 형제 정신과의사로 형 양재진 원장과 함께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두 사람은 구독자 66만명에 이르는 유튜브채널 ‘양브로의 정신세계’도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마지막 영상을 끝으로 잠시 휴지기를 갖고 있는데, 누리꾼들은 이 영상에 860개가 넘는 댓글을 달며 분노를 이어가고 있다.

구독자들은 “본인 병원 과실로 사람이 사망한 게 5월 말. 그 뒤로 ‘4인용 식탁’ 나와서 웃고 떠듬. 진짜 진심으로 개소름”, “환자 결박하는 거 큰 병원에서도 잘 안 해요. 더군다나 단순 중독 환자를... 충격이네요”, “피해자 어머님은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와중에 티비에 나와서 신나게 결혼 발표하는건 아니지 않나요?”라는 반응이다.

양 원장은 4년여간 교제한 EXID 출신 하니와 오는 9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5월31일 결혼이 알려졌고, 하니가 6월1일 자필 편지로 결혼을 직접 밝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았던 두 사람의 결혼은 시점상 환자 사망사고 불과 나흘 만에 발표된 일이라는 게 알려지며 비난의 표적이 됐다.

의료사고는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고 죄를 묻기가 매우 어려운 사건 중 하나다. 과실을 입증할 자료와 의료 지식이 전문가인 의료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의 일방적인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양상은 달라졌다. 양 원장의 유명세가 의사로서 적절한 의료 행위와 구호 조치를 되묻는 무수한 화살이 됐다. 66만명이 보내준 신뢰는 66만개의 분노가 됐다. 본업 의사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방기한데 대한 근원적인 비난이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