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딱 한 달 전이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후반기 두 번째 경기인 7월10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상위 타순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부터 4번 타순을 책임졌던 오스틴 딘이 3번으로, 5번과 6번을 오갔던 문보경이 4번을 맡았다.
계획한 변화였다. 염 감독은 “캠프를 치르면서 코치들과 내년에는 문보경에게 4번을 맡기자는 얘기를 했다. 올해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활약하면 충분히 4번 타자로 활약할 수 있다고 봤다”며 “이를 반년 앞당기게 됐다. 어차피 4번 타자를 맡을 거 미리 해보기로 했다. 극도의 부진에 빠지지 않는 이상 보경이가 다시 뒤로 밀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결과는 대성공이다. 문보경은 7월10일부터 지난 9일까지 한 달 동안 19경기에서 타율 0.319 4홈런 19타점 OPS 1.050을 기록했다. 출루율이 0.425, 장타율은 0.625로 리그 최고 4번 타자 중 한 명이 됐다. 홈런 외에 2루타가 6개, 3루타가 2개로 기대했던 장타 향상을 이뤘다. LG의 현재이자 미래임을 증명하는 문보경이다.
오스틴도 더 뜨겁게 배트를 돌린다. 3번으로 배치된 한 달 동안 17경기에서 타율 0.328 6홈런 18타점 OPS 1.050을 기록했다. 슬럼프가 짧고 찬스에서 강한 오스틴의 장점이 3번 타순에서 시너지를 이룬다. 지난 9일 잠실 NC전에서는 KBO리그 최초 한 이닝 같은 투수 상대 2홈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드넓은 잠실구장이 오스틴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불어 2번 타자 문성주의 부상 이탈에 대한 해답도 보인다. 문성주가 자리를 비우고 첫 5경기는 오지환이 2번을 맡았다가 이후 신민재가 2번 타자로 출전한다. 7월31일 잠실 삼성전부터 신민재는 2번 타순에서 7경기 타율 0.423 출루율 0.516로 맹활약했다. 시즌 타율도 0.296로 올리며 첫 3할 타율도 바라보는 신민재다.
이렇게 2번부터 4번을 다른 얼굴로 채웠고 결과도 잘 나온다. 그런데 작년 최강 타선에는 미치지 못한다. 1번부터 9번까지 지뢰밭 같았던 지난해의 쉴 틈 없는 타선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한 달 LG 팀 타율은 0.288로 6위. 팀 OPS 또한 0.798로 6위에 불과하다.
국가대표이자 네임벨류에 있어서는 최고인 두 베테랑 외야수의 부진이 아쉽다. 박해민은 2019년 이후 타격에서 가장 고전하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시즌 타율 0.260 OPS 0.658. 커리어 평균 타율 0.285 OPS 0.7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현수도 기대했던 반등은 이루지 못하는 모양새다. 올시즌 OPS 0.758. 지난해부터 줄어든 장타 실종이 올해도 이어진다. 커리어 평균 장타율은 0.478. 올해 장타율은 0.409다. 지난 9일에는 7번까지 타순이 내려간 김현수다.
김현수 입장에서는 치욕일지도 모른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늘 상위 타순을 책임졌는데 소속팀에서 7번 타자가 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상황이라 모든 경기가 한국시리즈다. 자칫하면 4, 5위까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팀 승리보다 앞에 놓을 수 있는 것은 없다.
LG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제 역시 뚜렷하게 나왔다. 김현수와 박해민의 시즌 막바지 부활이다. 결국 둘이 다시 일어서야 지난해 우승 타선을 재현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