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JTBC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이하 ‘낮밤녀’)는 정은지에게 숙제를 던진 작품이었다.
드라마는 해가 뜨면 50대 중년여성으로 변하는 20대 취업준비생 미진(정은지 분)의 사연을 코믹과 미스터리 스릴러로 버무려 취업준비생과 경력단절 중년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극 중 취업준비생 미진 역을 맡은 정은지는 50대 미진 역의 이정은과 2인 1역을 물 흐르듯 소화해야 했다. 마치 이인삼각 경기에서 한 몸이 돼 뛰듯 호흡 맞추며 결을 같이해야 했다.
정은지는 이 어려운 걸 너끈히 해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
“세대불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었어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을 정은 선배가 귀엽고 재밌게 표현해주셨죠. 사실 저는 미진이가 다소 답답해 공감이 잘 안됐어요. 대본을 보면서 ‘왜 그럴까’ 했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은지 성격엔 답답해 보이겠지만 그런 사람도 있어’라는 말에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죠.”
극 중 미진은 다소 소극적이다. 오랜 공무원 시험 준비로 인해 위축된 탓도 있다. 정은지는 미진과 인간 정은지 사이의 교집합을 찾으려 했다. 그는 “미진이가 쭈글쭈글함을 갖고 있는데, 저도 혼자 구시렁구시렁 댈 때가 있다”며 “그걸 극대화한 게 미진이라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알 수 없는 저주에 걸렸던 미진은 최종회에서 마침내 저주에서 벗어났다. 그러면서 50대 미진이자 실종된 이모였던 임순(이정은 분)을 꿈에서 만나 작별 인사를 나다. 두 배우가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찍는 신이었다.
정은지는 “제일 만나기 싫기도 했었고, 제일 기다려지기도 했던 신이었다”며 “정은 선배 눈을 보는데 눈물이 펑펑 났다. 나이 든 미진이가 젊은 미진에게 하는 얘기에 계속 눈물이 났다. 찍고 나니까 후련했다”고 털어놓았다.
드라마에서는 검사 계지웅(최진혁 분)과 로맨스도 맛깔나게 그려졌다. 두 사람은 밤에만 만날 수 있었다. 알듯 모 를듯한 서로의 사랑은 미진이 저주가 풀린 뒤 공무원 시험에 합격, 검찰청에서 재회하면서 시작됐다.
“하하, 현장에서는 형제처럼 지내서 로맨스가 이어질까 싶었어요. 마지막 방송을 보니 서로의 애정이 잘 드러난 것 같았죠. 둘이 ‘연기 열심히 했다’고 칭찬해줬어요.”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7’(2012)를 시작으로 티빙 ‘술꾼도시여자들1,2’(2021, 2022, 이하 ‘술도녀’), JTBC ‘낮밤녀’(2024)에 이르기까지 물오른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조정석과 정은지가 남매 연기를 펼치되 아빠는 성동일, 엄마가 라미란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하, 저도 그 글 읽었어요. ‘낮밤녀’도 현장에서 웃으면서 촬영했던 게 좋았거든요. ‘술도녀’ 이후 수치심을 잃었어요. 창피함이 많이 걷어졌죠. 용기가 생겼어요. 또 성동일 선배랑 같이하면 코미디 연기를 안할 수가 없어요.”
2011년 걸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한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가수와 연기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평소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순간이 많지 않은데, 촬영하면서 힐링했던 적이 많았다”며 “준비 과정은 너무 어렵고, 불안하고 막막하지만,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하다 보면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가수활동에 대한 애정도 여전하다. 정은지는 “제 솔로보다 에이핑크 앨범이 먼저 나왔으면 좋겠다. 솔로 팬 미팅을 돌다 보니 에이핑크 공연을 다니고 싶단 생각이 더 들었다”며 팬덤 판다(에이핑크 공식 팬클럽)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