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시작부터 위기다. 오만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침몰 분위기로 갈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오후 11시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오만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를 상대로 안방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충격적인 무승부였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필두로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이재성(마인츠05), 황인범(페예노르트) 등 유럽파가 최정예로 총출동하고도 팔레스타인의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입국 후 2~3일 만에 치른 경기라 100%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을 고려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로 인해 오만전이 더 중요해졌다. 만에 하나 오만까지 잡지 못하면 9월 2연전을 승리 없이 마감해야 한다.

한국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두 경기 연속 무승에 그친 것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이란과 득점 없이 비긴 후 우즈베키스탄과 0-0으로 비겼다. 이란은 언제 만나도 까다롭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다. 우즈베키스탄도 만만치 않다. 당시엔 타슈켄트 원정 경기를 치렀다. 월드컵 본선행을 두고 급하게 부임한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승리 없이 2연전을 마감했다. 다만 당시엔 두 경기 무승부를 통해 극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FIFA 랭킹 96위와 비겼다. 오만은 76위로 23위의 한국과 비교하면 순위가 많이 떨어진다. 팔레스타인보다 낫다고 하지만 한국이 두려워할 만한 상대로 보기는 어렵다. 2003년 ‘오만 쇼크’로 기억되는 패배가 있긴 하지만, 이후에는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가장 최근 경기인 2015 아시안컵 본선에서도 1-0 승리했다.

상대의 전력과 별개로 긴장감은 지울 수 없다. 홍명보호는 이미 위태롭다. 출범 전부터 선임 과정에 물음표가 붙었고, 홍 감독은 시즌 도중 울산HD를 떠나면서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에서도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홍 감독 사퇴를 촉구하는 함성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홈 경기인데 홈 같지 않은 야유가 쏟아졌다. 협회와 대표팀을 향한 부정적 여론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졸전까지 벌였으니 홍 감독은 더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본선으로 가는 길은 넓어졌다. 월드컵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아시아에 8.5장의 티켓이 주어진다. 한국은 3차 예선에서 2위에만 자리해도 본선으로 갈 수 있다. 한국은 팔레스타인과 오만,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등 중동 5개국과 한 조에 속했다. 과거 이란이나 호주, 일본 같은 강호는 없기 때문에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9월 2연전에서 모두 비겨도 잔여 8경기를 통해 반전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지금 당장이다. 현재의 여론을 뒤집지 못하면 9월24일 예정된 문체부 현안 질의에서 융단폭격을 당할지도 모른다. 오만전 승리가 간절한 이유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