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정하은 기자] “여름이 가고 반가운 가을의 시작에, 이렇게 날 좋은날 아이유의 콘서트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하다. 저의 관객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
‘최초의 여왕’이 팬에게 진한 고마움을 표했다. 100번째 단독공연에 ‘최초’ 수식어를 더한 게 오롯이 ‘팬 덕분’이라는 게 아이유의 생각이다. 그래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선택했다. ‘K-팝’으로 시작해 ‘K-콘텐츠 아이콘’으로 성장한 아이유는 데뷔 16년 만에 ‘전설’로 우뚝 섰다.
아이유는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아이유 월드투어 콘서트 앙코르:더 위닝’을 열었다. 이틀간 10만여 명의 팬이 운집해 ‘유애나(공식 팬덤명)’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이번 공연은 ‘여성 솔로가수 최초의 기록’을 장식한 무대여서 의미를 더했다. 2019년 KSPO돔 입성으로 첫 번째 최초 기록을 세운 그는 2022년 잠실종합경기장을 가득채운데 이어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지배해 ‘두 개의 스타디움을 장악한 최초의 여성 솔로가수’로 동극했다.
더구나 공연 마지막날인 22일은 100번째 단독 콘서트여서 의미를 더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팬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한 이유였다.
◇5만 떼창이 만든 절경, 역시 ‘시대의 아이콘’
절정은 5만명의 떼창을 유도한 ‘관객이 될게’를 열창할 때였다. 그는 “관객이 저를 사방에서 둘러싸고 계실 때 부르고 싶었다”며 “관객으로서 저를 바라봐 주시는 눈빛이 정말 사랑스러워서 나를 사랑하는 팬에게 같은 마음을 보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쓴 노랫말”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여왕’이 된 아이유는 미니앨범 ‘더 위닝’의 타이틀곡 ‘홀씨’로 포문을 연 뒤 ‘잼잼’으로 단숨에 절정으로 향했다. 아이유가 열창하면, 팬은 5만여 개의 응원봉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며 그라데이션해 “주인공은 나의 아티스트, 바로 너”라고 말하는 듯해 공연의 웅장함을 더했다.
히트곡만으로도 팬 환호가 줄어들지 않는데 드론과 레이저, 리프트 등을 활용해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큰 무대를 홀로 가득채운 아이유 만의 아우라는 그가 왜 ‘최초의 여왕’이 됐는지 증명하기 충분했다.
◇망원경 받아봤니?…남 다른 팬사랑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오프닝 무대 후 아이유는 “새로운 선물 망원경도 준비했다. ‘더 위닝’에서 콘셉트적인 오브제이기도 하고 멀리서 보시는 분들이 저를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시라고 준비한 선물이니 유용하게 쓰시길 바라겠다”며 남다른 배려심을 뽐냈다. “망원경 케이스는 혹시 버리실 거면 나가실 때 저희가 큰 쓰레기통을 준비해 놓았으니 거기까지만 부탁드리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공연장을 찾은 이모(36)씨는 “엉덩이가 시릴까봐 방석 깔아주고, 잘 안보일까봐 망원경 나눠주는 가수가 어디 있나. 팬을 대하는 태도가 진심인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훼손 문제에도 적극 대응했다. 무대간 브릿지를 설치하지 않고 리프트로 이동하는 등 이른바 ‘그라운드 관리 규칙’을 정확하게 지키는 데 애를 썼다. 팬에게는 이미 문자메시지로 “하이힐 등의 착용은 삼가주세요”라고 친절히 부탁해 유애나에게 때아닌 ‘운동화 신기 붐’이 일기도 했다.
◇가을밤 수놓은 청량함 “미움이 솟구쳐도 끝은 사랑이길”
공연의 백미는 미발매곡을 팬에게 직접 들려준 시간. 일렉기타를 들고 ‘바이 썸머’를 열창한 그는 “이번 투어를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긴 여름을 보냈다. 여름을 정말 싫어하는데 이번 여름이 너무 좋았다. 상암에서 공연하면서 여름이 떠나가줄 줄 몰랐는데, 마침 어제부터 맑은 저녁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곡 ‘러브 윈즈 올’을 부르기전 “다음 아이유 콘서트를 보러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힘든 날도 힘내시고 저를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저도 여러분의 아주 오래된 팬이다. 미움이 솟구치는 순간에도 그 끝에는 사랑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승리를 위해 달려온 여정의 마지막 챕터’이자 국내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5개월간 18개 도시를 돌며 팬과 가까이서 호흡한 아이유의 월드투어 대장정은 그 별칭처럼 ‘더 위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