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애국가 뭉클하더라…여전히 완벽한 선수 꿈꿔.”

한국 선수로는 10년 만에 당구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캐롬연맹(UMB) 세계3쿠션선수권을 제패한 조명우(26·서울시청·세계랭킹 2위)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는 3일 서울시청 훈련장인 서울 독산동에 있는 마이게임스당구클럽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당구 시작하면서 월드컵 뿐 아니라 세계선수권 우승이 큰 목표였는데 뿌듯하다”며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졌을 때 정말 뭉클했다”고 웃었다.

조명우는 지난달 29일베트남 빈투안에서 열린 제76회 세계3쿠션선수권 결승에서 베트남의 ‘차세대 기둥’ 트란탄럭을 50-23(20이닝)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 2019년 덴마크 란데스에서 열린 72회 대회에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에 도전한 그는 5년 만에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은 2014년 서울 대회(67회)에서 최성원이 사상 처음으로 우승했는데, 조명우가 10년 만에 한국인 챔피언이 됐다.

우승 순간 아버지 조지언 씨와 여자 프로당구 LPBA에서 활동하는 연인 용현지 생각이 났단다. 조명우는 당구장을 운영한 아버지 영향으로 만 8세 때 큐를 잡았다. 세계 최고수가 되기까지 아버지는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가 됐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아버지 조 씨가 간암 판정을 받아 한동안 병석에 누운 적이 있다. 조명우에겐 커다란 충격과 시련이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당구에 몰두하며 세계 최고 선수로 발돋움했다. 조 씨 역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이 크게 호전됐다.

조명우는 “우승하고 아버지와 통화했다. (2022년) 이집트 월드컵 우승했을 때 우신 적이 있다. 이번엔 처음에 울지 않으시더라. 그런데 3분정도 지나니까 코가 찡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오랜 연인사이인 용현지는 조명우가 올초 아시아선수권, 세계팀선수권 등에서 부진,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일으켜준 은인이다. 특히 조명우의 스트로크 자세가 미세하게 달라진 점을 파악해 전했단다. 용현지는 “오빠(조명우)가 본래 당구를 칠 때 무게 중심이 앞에 실려 있다. 그런데 당시 뒤로 쏠린 것을 봤다. 자연스럽게 어깨 각이 달라진다. 평소처럼 두께 조절을 하기가 어렵다. 그 부분을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보란듯이 조명우는 지난 7월 포르투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고 8월 월드3쿠션서바이벌을 제패했다. 오름세를 이번 세계선수권으로 옮긴 것이다. 그는 “올초 부진했을 때 믿고 응원해주신 분도 많았다. 감사한 마음”이라며 “여전히 난 부족하다. 완벽해지고 싶다.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겠다”고 방싯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