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최근 재벌가 자제들의 달라진 풍속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민정 씨가 13일 결혼식을 치른 가운데, 정략결혼이 아닌 연애결혼임이 밝혀지면서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 더욱 주목된다.

이들은 재벌가 ‘혼맥’ 공식을 깨고 연애결혼을 추구하거나, 유튜브를 통해 자유롭게 일상을 공개하며 극히 보수적이었던 과거와는 상당한 대조를 보인다.

13일 화촉을 밝힌 민정 씨의 경우 재벌가 딸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해본 것으로 알려져 다른 재벌가 자제들과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오늘 결혼하는 상대 미국인 해병대 장교 케빈 황 씨와도 ‘군’이라는 공통점을 계기로 가까워져 자연스레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 씨의 예비 신랑 황씨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졸업하고 미 해병대 상근 예비역 장교로 캘리포니아에서 복무 중이다. 황 씨는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해 운영하기도 했으며, 오는 11월에는 다시 현역으로 전환해 미 특수부대의 군수 분야 관련 보직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혼식엔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SK 일가 친인척뿐 아니라 주요 그룹 총수들도 일제히 참석했다. 구광모 LG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이재현 CJ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 등도 자리해 결혼을 축하했다.

과거와 달리 국내 총수 자제들이 자유로운 연애를 통해 결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는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 당시 동기였던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입사 동기와 결혼해 눈길을 끌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 김동환 사장도 사내 연애를 통해 결혼했다.

대기업 오너가에서는 결혼 자체가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기회 등으로 여겨지면서 ‘혼맥’이 중시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오너가 3·4세가 대부분 유학파이다 보니 자유로운 연애를 통한 결혼, 특히 국제결혼도 활발한 모습이다.

또한 일상을 공개하는 재계 유튜버 활동도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정용진 신세계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등이 SNS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애경그룹 오너 3세 채문선 탈리다쿰 대표, ‘대림 손녀’라 불리는 DL그룹(대림그룹) 오너가 4세 이주영 씨 등이 있다.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이들이 SNS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대중들에게 호감도를 높이고 있다. 대중들에게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았던 과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다 보니 부모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오너 3세부터는 유학파가 대부분이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했다”며 “또한 유력 집안과 결혼을 통해 도움을 주고받기하다 보다는 이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정략결혼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