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억울하고, 오해가 있든 폭풍이 몰아치면 일단 비를 피하고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칫 소나기를 정면으로 맞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위기에 특히 조심하란 의미가 담겨 있다. 영향력이 큰 인물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전쟁 같은 삶을 사는 현대 직장인에게도 통용되는 조언이다.

FT아일랜드의 이홍기는 아쉽게도 소나기를 정면으로 맞는 모양새다. 팀원 최민환이 처한 위기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심지어 ‘업소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도 뒤따르고 있다.

발단은 최민환의 전 아내 율희의 폭로가 나온 뒤다. “결혼 후에도 유흥업소에 들락날락했다”는 폭로뿐 아니라 “아가씨 있냐?”는 최민환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도 나왔다. 부부 사이의 사생활이라고 치부하기엔 아이돌로서, 가장으로서 거부감이 드는 요소가 많다.

아울러 해당 업소가 2차를 가는 곳인지 아닌지, 최민환이 얼마나 많이 다녔고, 어떤 목적으로 업소를 이용했는지는 현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처자식이 있는 몸으로 아가씨가 나오는 술집을 다녔다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다.

아무리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더라도 납작 엎드려 “다신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해야 했다. 사과의 말을 올려도 모자랄 판에 이홍기는 해선 안 되는 말을 쏘아댔다. 최민환의 성매매를 의심하는 네티즌에게 “성매매가 아니면, 성매매가 업소가 아니면 지금 하는 말 책임질 수 있냐”고 되받아친 것.

이 발언은 폭탄처럼 터졌다. 아무리 팀원을 아끼는 마음이 있더라도, 꼭 뱉었어야 했을까 싶은 궤변이다. 팬들조차 방어하기 힘든 말이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에 버금간다. 과연 어느 누가 최민환과 이홍기의 결백을 믿을까. 이홍기는 글을 삭제했지만, 이 발언의 파장은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FT아일랜드는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최종훈이 소속했던 그룹이란 점에서 이미지가 손상돼 있었다. 최종훈을 빠르게 손절했고, 이홍기를 비롯해 다른 멤버들이 별다른 스캔들이 없었단 점에서 팀은 유지할 수 있었다. 잘 추스른 덕분에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종훈이 남긴 오명까지 뒤집어쓰는 위험에 처했다.

최민환은 현재 성매매 혐의로 내사 중이다. 출연 중이던 방송과 예정된 활동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이홍기의 발언으로 대중의 실망감이 크게 번졌다. 이미지가 좋았던 이홍기마저 내상을 당했다. 위기를 거듭 이겨낸 이홍기더라도 소나기를 맞은 터라 극복이 쉽진 않아 보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