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현대 야구는 불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근 야구 흐름이 그렇다. 7회부터 9회를 필승조 투수 3명이 막는 게 아닌, 전원 필승조를 목표로 불펜을 채운다.

메이저리그(ML)만 봐도 알 수 있다. 우승을 노리는 팀은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꾸준히 불펜을 보강한다.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하고 있는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 또한 불펜 업그레이드를 통해 정상 무대까지 올랐다. 다저스는 마이클 코펙, 양키스는 마크 라이터 주니어를 영입해 불펜을 보강했다. 특히 코펙은 이번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단 1실점으로 다저스의 새로운 승리 공식이 됐다.

하지만 KBO리그는 ML만큼 트레이드가 많지 않다. 2020년 NC처럼 1위를 달리는 팀이 불펜 보강 트레이드를 성사한 적도 있으나 대다수는 논의에 그친다. 그래서 신인 드래프트와 육성이 중요하다. 좋은 선수를 잘 뽑아서 잘 키워야 정상길이 보인다.

올시즌 KIA가 그렇다. 공들여서 육성한 젊은 투수들이 정규시즌에서 활약했고 한국시리즈(KS)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겨울 미국 드라이브 라인에서 훈련한 투수 5명(정해영 이의리 황동하 윤영철 곽도규) 중 4명이 KS 엔트리에 있다. 더불어 시즌 중 과감하게 미국에서 트레이닝한 김기훈 또한 KS 엔트리에 승선했다.

단순히 비행기만 탄 게 아니다. 담당 코치와 트레이너도 함께 태평양을 건너 최첨단 시스템을 체험하며 공부했다. ML 투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소화하는지 파악하면서 이를 KIA 육성 시스템에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KIA 심재학 단장은 “보내기만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어떤 선수를 선별해서 어떻게 방향을 잡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며 “다행히 결과가 나왔다. 우리 선수들은 이를 두고 ‘유학’이라고 한다. 요즘은 선수가 ‘저도 유학 보내주세요’라고 먼저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굵직한 결과를 냈다. 2년차 좌투수 곽도규(20)가 특히 높이 비상했다. 신인이었던 지난해 1군 무대에서 11.2이닝 12사사구로 제구 불안을 노출했던 그가 올해는 리그 최고 왼손 불펜 투수로 올라섰다. 드라이브 라인 훈련을 통해 자기 투구 메커니즘과 장점을 파악했다. 그러면서 구위와 제구가 두루 향상되는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정규시즌 16홀드로 KIA 필승조의 한 축이 된 그는 KS에서도 4차전까지 3경기 무실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KS에서 KIA는 곽도규 외에도 정해영 전상현 장현식 이준영이 함께 필승조를 맡는다. 어느 팀과 붙어도 불펜 뎁스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에 다채롭게 마운드를 운영할 수 있다. 고전하는 선발 투수에게 미련을 두면 안 되는 단기전에서 늘 불펜 데이가 가능하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 LG도 비슷했다. 2023 KS 2차전 선발 투수 최원태를 조기 강판시킨 후 불펜 데이로 역전승을 만들었다. 즉 전원 필승조를 이루면 언제든 흐름을 뒤집을 수 있다.

KS 4경기에서 선발 6이닝 소화가 없는 KIA다. 그런데 단기전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저스 또한 이번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선발 투수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는 2회에 불과하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