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역대 최초 최연소 데뷔시즌 우승
삼성 제외한 9개구단 중 유일한 기록 달성
“광주로 돌아와 우승 약속 지켜 너무 기뻐”
형님 리더십 앞세워 ‘하고 싶은 야구’ 이식
[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광주로 돌아와서 (홈 팬 앞에서) 우승하겠다고 말씀드린 것, 이뤄서 너무 좋다. 감사합니다!”
울컥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순간. 그래도 ‘꽃’처럼 활짝 웃었다. KIA가 선택한 ‘초보 사령탑’ 이범호 감독이 데뷔시즌 통합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타이거즈 레전드’ 선동렬 전 감독이 삼성 사령탑 시절인 2005년 42세 9개월9일에 따낸 역대 최연소 우승감독 타이틀은 2개월여 차(43세 11개월3일)로 아깝게 놓쳤지만, 타이거즈 역사상 최초로 취임 첫해 통합우승을 일궈낸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감독은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을 7-5 승리로 장식해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선동렬(2005년) 류중일(2011년·이상 삼성) 이후 역대 세 번째로 감독 데뷔시즌 통합우승을 이끈 사령탑에 등극했고, 삼성을 제외한 9개구단 중 유일한 ‘초보 우승 감독’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마무리 정해영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선수 때처럼 기뻐한 이 감독은 “명문 구단의 감독을 시켜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너무나도 멋진 광주에서 (감독으로) 첫 번째 우승을 할 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남다른 ‘애팀심(?)’을 뽐냈다.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와 1, 2차전 승리 후 “광주로 돌아와서 홈팬과 함께 우승 축배를 들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약속을 지켜 너무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선수들이 하고 싶은 야구를 하는 팀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한 이 감독은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냉철한 리더십으로 ‘팀 타이거즈’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는 “예전부터 생각한 방향성에 맞춰 움직였다. 감독이 왜 선수 위주로 가는지를 선수들이 깨달아줬다.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선수 성향을 파악해 마음껏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여줬다”는 말로 우승 비결을 대신했다.
1987년 ‘광주의 가을’을 만끽한 타이거즈 팬에게 “솔직히 여섯 살 때여서 기억이 없다”며 너스레를 떤 이 감독은 “초등학교 1, 2학년 때부터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크면서 타이거즈가 얼마나 위대한 팀인지 체감했다. KIA에서 14년간 선수, 지도자로 생활 중인데, 광주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고 감회에 젖었다.
만루홈런을 폭발하며 우승을 견인한 2017년 이후 7년 만에 지도자로 챔피언에 등극한 그는 “5차전에서 끝내려고 마음먹었다. 선수들이 잘 풀어줬고, 팬들이 응원 많이 해주셔서 우승했다.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끝까지 팬에게 공을 돌렸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