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종철 기자] 도용된 명의로 발급된 신용카드는 이용 대금에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9월 30일 고객 A씨가 카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2021년 한 직원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카드를 발급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카드 회사에 이용 내역을 확인한 결과, A씨 앞으로 약 2800만 원의 대금이 쌓여 있었다.
A씨는 카드 발급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직원이 자신 명의의 휴대폰과 신분증을 이용해 카드를 발급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용 대금을 변제할 의무 또한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드 회사의 입장은 달랐다. 계약 당시 A씨와 직접 통화를 했고, A씨의 사업장으로 카드를 배송한 사실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직원이 신용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A씨 본인이 개인정보를 부주의하게 관리해 발생한 일이라며, 채무 변제의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카드 회사가 제출한 통화 기록을 보면 녹음파일 속 목소리와 A씨의 목소리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A씨를 사칭한 직원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드를 발송한 주소도 A씨의 사업장이 아닌 직원의 주거지”라며 A씨가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에 대한 신용카드 계약이 유효하지 않은 이상, 카드 회사가 주장하는 ‘관리상 부주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해당 신용카드 이용 대금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유한) 대륜 이기은 변호사는 “카드사는 신용카드 발급 시 적법한 절차에 따른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며 “카드를 교부할 때도 발급 요청자가 수령하는 것이 맞는지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카드사의 잘못으로 신용카드가 A씨가 아닌 직원에게 발급·교부됐다”면서 “이 외에도 직원이 A씨의 명의를 도용해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것을 인정한 점 등을 종합해 합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jckim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