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타이베이=김동영 기자] 속구를 기다렸는데 정작 변화구를 쳤다. ‘대박’이 터졌다. 역전 결승 3루타. 타구가 날아가는 그 순간, 박성한(26)은 속으로 포효했다. 대회 시작은 백업이다. 실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대 유격수’가 여기 있다.
박성한은 이번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이 치른 네 경기 가운데 세 경기 출전했다. 쿠바-일본-도미니카전이다. 모두 선발로 나섰고, 교체 없이 오롯이 모든 이닝을 소화했다.
이번 대회 타율 0.455, 2타점 1볼넷 2도루를 기록 중이다. 출루율 0.500, 장타율 0.636, OPS 1.136이다. ‘최고 타자’가 김도영이라면, 박성한도 하위 타선에서 김도영만큼 해주고 있다. 수비는 말할 것도 없다.
시작은 백업이었다. 13일 대만과 개막전. 김주원이 선발로 출전했다.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 김주원이 주전 유격수로 뛰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번에도 김주원을 먼저 냈다.
신통치 않았다.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대만전 패배 아픔도 맛봤다. 이에 두 번째 경기 쿠바전에는 박성한이 투입됐다. 기회가 왔고, 움켜쥐었다. 계속 박성한이 나간다. 탁월한 결정이 됐다.
박성한 또한 항저우 멤버다. 소속팀 SSG에서도 당연히 주전이다. 리그 최정상급 유격수다. 2024시즌 137경기, 타율 0.301, 10홈런 67타점 13도루, OPS 0.791을 쳤다. ‘3할-10홈런 유격수’다. 골든글러브 후보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회 처음부터 주전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박성한으로서는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 대신 실력으로 증명했다.
특히 도미니카전 역전 결승 3루타는 ‘찬란’했다. 박성한의 대응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5-6으로 바짝 추격한 상황. 2사 1,3루에서 박성한이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2024년에도 빅리그 등판 경험이 있는 베테랑 디에고 카스티요다.
초구 속구가 들어왔다. 이후 줄줄이 변화구가 들어왔다. 박성한이 허를 찔렸다. 풀카운트가 됐다. 6구째 몸쪽 슬라이더를 때렸다. 결과는 싹쓸이 3루타다.
박성한은 “초구 속구를 봤는데, 다음부터 변화구가 왔다. 워낙 속구가 좋은 투수다. 거기 포커스를 맞췄다. 오히려 변화구를 연속으로 보면서 눈에 익었다. 덕분에 쉽게 콘택트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타구 날아가는데 속으로 ‘내가 이걸 해냈구나’ 싶었다. 소름이 돋았고, 전율이 일었다. 세리머니도 크게 하고 싶었다. 정말 너무나 기뻤다”며 웃었다.
한국은 과거부터 국제대회에서 펄펄 난 유격수가 있었다. 박성한도 그 계보를 이을 수 있다. 공격도, 수비도 다 잘한다. 안 쓸 이유가 없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