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역시 김세정이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다가도, 어느 순간 서늘한 세자의 눈빛으로 돌변한다. 김세정이 첫 사극 도전작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통해 왜 자신이 ‘장르 불문 치트키’인지를 여실히 증명해 냈다.

MBC 금토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이하 ‘이강달’)가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타이틀롤을 맡은 김세정의 활약이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김세정은 이번 작품에서 그야말로 ‘원맨쇼’에 가까운 하드캐리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김세정이 하니까 다르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세정 표 사극의 가장 큰 차별점은 ‘생동감’이다. 그가 연기하는 부보상 ‘박달이’는 기존 사극 여주인공의 전형성을 탈피했다. 걸쭉한 입담과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는 김세정 특유의 친근한 매력과 만나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자칫 판타지 설정이 겉돌 수 있는 상황에서도, 김세정의 땅에 발붙인 생활 연기는 극의 리얼리티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닻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작품은 김세정의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는 시험대였다. 억척스러운 부보상 ‘박달이’, 비극적 운명의 빈궁 ‘연월’, 그리고 영혼이 바뀐 세자 ‘이강’까지 사실상 1인 3역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세정은 눈빛과 발성만으로 이 복잡한 설정을 설득시켰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던 촌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영혼이 바뀐 순간 보여주는 근엄한 발성과 날 선 눈빛은 보는 이들에게 전율을 안겼다. 코믹과 정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완급 조절은 “김세정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박달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김세정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특유의 ‘건강한 에너지’다. 사극 장르가 요구하는 정확한 딕션과 발성을 기본으로 장착한 채, 등장만으로도 화면을 환하게 밝히는 ‘햇살 여주’로서의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의 밝은 기운은 비극적인 서사 속에서도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지 않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을 넘어,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해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배우 김세정. 그가 보여준 1인 3역의 끝없는 변주는 ‘이강달’을 웰메이드 판타지 사극으로 남게 한 일등 공신이다.

한편, 김세정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휘몰아칠 MBC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의 최종회는 오는 21일 방송된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