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타이베이=김동영 기자] “괜찮아.”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다. 당돌하다 싶을 정도. 이런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경기도 숨어서 봤다. 뒤에는 형들이 있었다. 괜찮다고 다독였다. 다시 힘을 내면 된다. 대표팀 곽도규(20·KIA) 얘기다.
곽도규는 이번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 라운드에서 세 경기 등판했다. 합산 기록은 1이닝 노히트 2볼넷 1사구 3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18.00이다.
대만전에서 0.1이닝 1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팀이 패하며 빛이 바랬지만, 국제무대 데뷔전이 깔끔했다. 이어 쿠바전에서도 0.1이닝 1삼진 무실점이다.
문제는 15일 일본전이다. 3연투이기는 해도 앞서 두 경기에서 공 6개씩 던졌다. 투구수가 많지 않았기에 괜찮다고 판단한 모양새. 그러나 일본을 넘지는 못했다.
3-2로 앞선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올라왔다. 고조노 가이토를 삼진 처리하며 투아웃. 여기서 흔들렸다. 다츠미 료스케와 모리시타 쇼타에게 연속 볼넷을 줬다. 구리하라 료야에게는 몸에 맞는 공이 나왔다. 2사 만루다.
여기서 내려왔다. 다음 투수 이영하가 마키 슈고에게 중전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3-4 역전이 됐다. 최종스코어 3-6 패배. 곽도규가 패전투수가 됐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곽도규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잠시 더그아웃 뒤편으로 나가 마음을 추스른 후 돌아왔다. 출입구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경기를 봤다. 적시타 맞는 순간 탄식했다.
고졸 2년차 투수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쳤다. 이런 선수가 울었다. 그리고 형들이 나섰다. 특히 소속팀 KIA 형들이 막내를 챙겼다.
최원준은 “시즌 때 얘기를 해줬다. 좋을 때 있고, 나쁠 때 있다. 그런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정해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나간 것이다. 돌릴 수 없다. 빨리 잊고, 다음 경기 집중하면 된다”고 다독였다.
경험이 중요하다. 최원준이나 정해영도 젊은 선수지만, 굵직한 커리어를 쌓았다. 곽도규는 2024년이 풀타임 1년차다.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을 아직 모를 수 있다. 형들이 돕고 나섰다. 꼭 필요한 부분이다.
곽도규는 좋은 투수다. KIA에서도 소중한 존재고, 앞으로 국가대표팀에도 자주 발탁될 수 있다. 이번 대회 일본전이 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20살 투수가 성장하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