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핑크색 오렌지를 착즙하면 이런 맛과 향기가 날까. 오렌지 같은 상큼함과 핑크색처럼 개성 넘치는 오락영화가 탄생했다. ‘동주’(2016) ‘거미집’(2023) 등 선굵은 작품을 연출하고 각본을 선보였던 신연식 감독의 색다른 변신이다. 국내 최초 배구영화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송강호-박정민-장윤주라는 새로운 조합도 재밌다. 올 겨울 배구 시즌 개막과 함께 붐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 국내 최초 배구영화 ‘1승’…전패 위기에 처한 핑크스톰 미래는?
신연식 감독은 2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1승’ 언론시사회에서 “배구는 배우기도 영화로 구현하기도 어려운 스포츠다. 경기 장면을 구현할 수 있는 그림을 고민하고 선택과 집중하는 단계를 거쳤다”고 밝혔다.
영화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 우진(송강호 분)과 ‘1승’에 상금을 거는 괴짜 구단주 정원(박정민 분), 전패 위기에 처한 여자 배구 선수단 핑크스톰 도전기를 담았다.
신 감독은 “스포츠영화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배구는 실내종목 중에 살을 부대끼지 않고,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주면서 뜨거운 경쟁심이 네트 사이에서 벌어진다. 영화적으로 카메라 무빙이나 영화적 설계에 있어서는 여자배구가 적합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1승’은 송강호가 리시브하고 박정민이 토스하고 장윤주가 스파이크를 때리는 쾌감을 선사한다. 송강호는 “박정민은 어떤 작품, 배역을 맡아도 자기만의 해석을 해내는 괴력의 배우”라며 “장윤주는 흔히 갖고 있는 전형적인 틀을 본인 개성과 매력으로 수시로 넘나드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러닝타임 107분 동안 버릴 장면이 하나 없다. 빠른 전개와 속도감 넘치는 경기 랠리, 깊지 않은 개인 서사로 한시도 눈을 떼기 어렵다. 박정민은 “배구 경기 이해도가 있는 편이다. 영화를 오늘 보면서 코트 안에서 이뤄지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하는 것은 다르다”며 “알수록 달라지는 게 배구에 심취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영화는 ‘1승’을 향해 달려가는 꼴찌팀 핑크스톰 이야기에 매료된다. 주장 수지 역을 맡은 장윤주는 “사실 이 영화를 보면 후반부에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고 본다. 그런데도 배우들이 마지막에 좋아하는 장면을 보면서 거기에 큰 위로가 됐다”며 “블랙퀸즈라는 강팀과 붙어서 1승을 하고, 김우진 감독은 과거 상처까지 치유하면서 1승을 거두게 된다는 게 알면서도 감동이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송강호 역시 “배구는 슈퍼스타가 지배하는 것도 있지만, 감독과 선수들의 팀워크 묘미가 유별난 종목”이라고 덧붙였다.
◇ 쇼츠 영상 106개를 붙여놓은 듯한 속도감 있는 전개
작품 외피는 코미디를 띠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자 인생에서 ‘1승’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깊은 페이소스를 남기는 건 이들 인생에서 반전을 이뤄내며 승리를 쟁취하는 순간이 담겼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감독도 선수들도 루저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체념적 사고방식이 자리잡혔다”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1승을 한다.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모여 100승, 1000승 큰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화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마치 1분짜리 쇼츠 영상 107개를 붙여놓은 느낌이다. 지난 2020~2021년에 촬영된 영화는 꼬박 4년이 지나 선보이게 됐기에 편집을 전면적으로 다시 했다. 최근 선보이는, 이른바 ‘창고 영화’가 관객 외면을 받은 것과 달리 개봉 직전까지 편집에 매달렸다.
심 감독은 “지난주에 후반 작업이 끝났다. 코로나가 세상을 많이 변화시켰다. 영상 소비 패턴이 영화 촬영 때보다 훨씬 빨라졌다”며 “영상을 소비하는 호흡이 빨라졌다고 느껴 그런 점에 주안을 두고 후반 작업을 최근까지 했다”고 밝혔다.
영화 ‘1승’은 내달 4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