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고(故)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다. 한국전쟁 때도 이른바 ‘A-특공대’로 불린 특별한 군인이 활약했다. 정식군인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들은 유일한 박사처럼 민주주의와 평화에 투신한 이름 없는 영웅들이다.

A-특공대는 한국전쟁 중 민간 병력으로 결성된 특수 부대다. 부대원 대부분이 농부나 약초꾼 등 평범한 시민이었다.

당시 주요 전투가 벌어지던 우리나라의 산맥 지형은 차와 소, 나귀가 다니기에는 최악의 여건이었다. 도로 이용은 적에게 쉽게 노출될 위험도 있다. 미군은 전투 보급 부대 조성을 위해 한국 정부에 민간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렇게 결성된 부대가 바로 K-특공대다. ‘지게부대’라고도 불렸던 이들은 매일 16㎞ 이상 떨어진 전장에 탄약, 식량, 연료 등 약 45㎏의 전투 물자를 지게에 짊어지고 보급했다.

A-특공대는 민간인으로 구성됐다는 이유로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부대명, 군복, 군번줄도 없었다. 이들은 당시 평상복이었던 흰색 한복이나 학생복을 입고 험한 산악지대를 오르내렸다. 비무장으로 전쟁터를 오가다가 적에 의해 희생된 이들만 9000여 명으로 밝혀졌다. 이동 중 폭격 등에 의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도 이름 석 자 남지 않았다. 이들의 업적은 반세기가 훨씬 지나서야 드러났다.

휴전 후에도 A-특공대에 대한 보상이나 예우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억하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지난해 7월, 73년이 지나서야 지게부대원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비가 건립됐다.

당시 미8군 사령관이었던 밴 플리트 장군은 “만일 그들이 없었다면 최소한 10만명 정도의 미군 병력을 추가 파병했을 것”이라고 A-특공대를 추모했다.

최근 A-특공대와 같이 대한민국 역사의 이름 없는 영웅들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주독립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이름 없이 스러진 수많은 영웅을 기려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덕분에 ‘스윙데이즈_암호명 A’ 또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