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가냘픈 체구에 화장기 없는 단아한 외모. 홀로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세 사람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소름 돋는 비밀이 밝혀진 건 드라마 최고의 반전이었다. 배우 최유화가 바로 그 반전의 주인공이다.
최유화는 지난달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에서 가출팸 숙소의 집주인이자 살인사건의 진범인 김성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최유화는 이수현(송지현 분), 송민아(한수아 분), 최영민(김정진 분) 살인사건 진범으로 극 후반부 섬뜩한 반전을 선사했다.
10부작 드라마에서 9부 마지막에야 진범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최유화는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현장의 배우와 스태프들까지 모두를 오랜시간 속여야 했다고. “범인의 정체는 저랑 감독님만 알았다. 9부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배우들도 몰랐다. 모두가 속아야 나중에 범인이 저인게 밝혀졌을 때 재미가 배가 되는데 다행히 많이 놀라주신 거 같아서 성공적이었던 거 같다.”
그동안 아들 도윤(조성하 분)을 홀로 챙기고 살인범으로 오해를 받은 박준태(유의태 분)를 곁에서 지켜준 줄 알았으나, 이는 평범한 얼굴을 한 김성희 ‘가스라이팅’이었다.
고유정, 엄여인, 이은혜 등 국내 여성 살인마를 참고하기도 했다는 최유화는 “외국의 여성 살인마들의 표정과 행동도 많이 연구했다. 처음에는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성희는 친절한 소개가 없는 인물이어서 너무 허구의 인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계획이 틀어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목적을 위해 주변 인물들을 가스라이팅 하는 인물이라고 해석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극 중 송민아를 베개로 눌러 죽인 뒤 이를 우연히 본 아들을 바라보며 ‘쉿’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을 소름 끼치게 했다. 연약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면서도 가출팸을 챙기는 따뜻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김성희의 표정은 섬뜩함을 배가시켰다. 최유화는 “도윤에게 호들갑스럽지 않게 ‘별일 아니야’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서 쉿 포즈 의견을 냈는데 감독님도 좋아해 주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올해 클로버컴퍼니에 새 둥지를 튼 최유화는 같은 소속사 선배이자 ‘이친자’를 이끈 한석규와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한석규에 대해 최유화는 “친해지고 싶었지만 드라마 설정상 너무 팬심이 드러나면 안 될 거 같아서 한석규의 이름을 지우고 장태수로 보려고 애썼다”며 “선배님의 대사량이 정말 많았는데 어떻게 늘 이 인물로 살아계시지 대단하시다고 생각했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최유화는 2010년 KBS ‘드라마 스페셜-위대한 계춘빈’으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SBS ‘국민사형투표’ MBC ‘밤에 피는 꽃’ MBN ‘나의 위험한 아내’ KBS2 ‘달이 뜨는 강’ JTBC ‘라이프’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영화로는 ‘밀정’에서 김사희 역, ‘타짜: 원 아이드잭’에서 마돈나 역 등으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넓혔다.
어느덧 데뷔 14년 차가 됐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면 신기하다는 최유화다. 그는 “26살에 데뷔했는데 나이 많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소비되는 캐릭터를 하고 싶지 않아서 매 작품을 신중하게 선택했다”며 “배우는 선택 받는 일인데 작품이 캐스팅이 되면 엎어지거나 기회가 많이 줄어들면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감사하게도 저를 찾아 주는 감독님들이 있었다. 지금은 선택받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유화는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도 많다. “아직 제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못 만났다”는 최유화는 “차갑게 생겼지만 장난기도 많고 4차원이어서 캐주얼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 그간 이성적인 역할이 많았는데 털털하고 격의 없는 인물이나 코미디 장르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