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계약이라는 독특한 틀로 담아낸다.

김규태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1년짜리 계약 결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 회사라는 설정 속에서 두 남녀가 맺는 특별한 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 tvN ‘우리들의 블루스(2022)’ 등으로 따뜻한 감성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규태 감독은 차분한 어조로 작품의 배경과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김규태 감독은 ‘트렁크’를 “독특한 스타일을 갖춘 미스터리 멜로”라고 정의하며 “기간제 결혼이라는 말이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이 설정을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비현실 속에서 현실을, 가짜 속에서 진짜를 찾는 매개체로 삼았다”고 말했다.

김규태 감독의 의도는 확실했다. 하지만 ‘트렁크’는 초반부에 친절하지 않은 전개로 진입장벽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부가적인 인물들의 서사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김 감독은 “쉽게 간파되는 이야기는 흥미를 잃게 만든다. 그래서 초반에는 반투명 커튼 뒤에서 인물을 바라보는 듯한 방식으로 연출했다. 시청자가 점차 커튼을 젖히며 인물의 심리와 관계를 이해하게 되는 패턴을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연출 방식이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작품을 더 깊이 탐구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다”고 강조했다.

작품에 대한 일부 아쉬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찬사는 이어지고 있다. 공유와 서현진은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규태 감독 역시 두 배우의 연기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는 “공유와 서현진의 캐스팅은 0순위였다. 이 두 배우가 가진 대중적 호감도와 뛰어난 외모는 물론, 초심을 잃지 않는 진중한 태도와 깊이 있는 연기가 작품의 중심을 지탱해 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두 배우의 작업 태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 감독은 “서로를 배려하고 조언하며 작업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이 작품 특유의 감정적 하모니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서현진 같은 경우 접신의 경지까지 갔다. 연기가 정말 좋았다.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이야기가 가진 섬세한 감정선이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규태 감독은 ‘트렁크’가 완벽한 작품이라기보다는, 관객들과 함께 해석하며 완성해가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두 주인공이 가진 상처와 결핍이 서로를 만나며 치유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지만,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기애와 자존감을 바탕으로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만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보며, 그들 관계의 변화를 엿보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이 부분을 따라가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 날 갑자기 호숫가에 떠오른 수상한 트렁크, 그 안에 감춰진 비밀과 함께 베일을 벗는 의문의 사건과 감정의 파고를 그린 ‘트렁크’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