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오래된 빌라로 이사왔다. 새 출발을 할 목적이다. 하지만 수상한 일이 계속 발생한다. 갑자기 불이 꺼고, 불길한 존재가 옆에 있는 듯 섬뜩함이 찾아온다. 예민한 작가에겐 괴로운 일이다. 게다가 성소수자다. 세상의 편견과 맞서야 한다. 배우 김민하에게 주어진 어려운 역할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에서 윤선해 역을 맡았다. 예민하고 민감한 감각을 지닌 시나리오 작가다. 단순한 퀴어 서사를 넘어 사랑이라는 본질적 감정에 다가갔다. 복합적인 감정의 선해를 통찰력 있게 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민하에게 ‘조명가게’는 특별하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읽었던 원작 소설이 드라마화 된 가운데 주인공 윤선해를 연기하게 되서다.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김민하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희원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다. ‘조명가게라고 아나? 이런 역할이 있는데 네가 잘할 것 같아. 스케줄 되니?’라는 질문에 순간 멈췄다. 처음엔 윤선해가 어떤 역할인지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그토록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10년이 지나 제가 그 이야기 속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이야기가 가진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김희원 감독님은 제가 내리는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해주셨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말씀하셨을 때 정말 큰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김민하는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고 캐릭터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혜원(김선화 분)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하며 감정을 쌓아갔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김민하는 외형적인 변화도 시도했다. 날카로운 선해의 성격을 외적으로도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일부러 삐뚤빼뚤하게 잘랐다.
김민하는 “선해는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그 감정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날카롭고 차갑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뜨거운 사랑이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하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조명가게’는 디즈니+ 공개 이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디즈니+ 론칭 이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두 번째로 최다 시청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동료 배우들의 칭찬도 이어졌다. 특히 선배 송윤아로부터 따뜻한 피드백을 받았다.
김민하는 “윤아 언니가 연락을 주셨다. 항상 작품이 나오면 솔직하게 피드백을 준다. 이번에도 ‘정말 잘 봤고, 대견하다’라며 하트 이모티콘까지 보내주셨다. 그런 문자를 받을 때마다 너무 벅차다. 제 연기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느덧 8년 차 배우가 된 김민하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담은 이야기를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김민하는 “좋은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남는 것 같다. 제가 그런 이야기를 전하는 배우로 기억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