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 김희원이 연출자로 나섰다. 누군가에겐 깜짝 놀랄 소식이지만, 김희원은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연출은 당연한 수순에 가까웠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관객과 이야기를 연결하는 창작자의 길을 꿈꿔왔다. 연기자 활동을 하면서도 그는 연출자로서의 열망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스포츠서울과 만난 김희원은 “감독으로 나서는 건 부담스러웠다. ‘배우로는 괜찮아도, 연출자로서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연출의 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창피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이어 “삶과 죽음, 정신세계와 의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이야기와 다르니 더 재미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연출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희원은 연출자로서의 첫발을 내딛기 위해 준비할게 많았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세세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조명가게’라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핵심으로 구현했다. 공간 안에 전구를 많이 달아 각 인물의 존재감을 표현하려 했지만 화재 안전 문제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빛과 어둠 사이의 대비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멋지게 담아냈다.

김희원은 “제가 느낌을 이야기하면, 스태프들이 그 뉘앙스에 맞게 준비해 주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그러면서 ‘이게 종합예술이구나’라는 걸 다시 느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김희원의 첫 연출작 조명가게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로, 첫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섬세하고 대담한 연출력을 보여줬다.

초반 4화까지만 봐도 다양한 장르적 변주를 통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내며 작품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1화부터 4화까지 각기 다른 장르적 색깔을 부여해 매 화 시청자들이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김희원은 “1화에 서스펜스, 2화는 호러, 3화는 활극, 그리고 4화는 반전을 주자는 계획을 세웠다. 촬영 방식도 장르적 재미를 살리기 위해 달리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주면 재미가 없을 수 있기에, 일부는 의도적으로 헷갈리게 놔뒀다”고 설명했다.

배우 출신 감독으로서 김희원의 강점은 배우들과의 소통에서 드러났다. 김희원은 촬영 후에도 배우들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배우들은 그를 “배우를 믿어주는 감독”으로 평가했다.

김희원은 “저도 배우로 일할 때 늘 ‘잘했나, 못했나’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배우들이 그런 허전함을 느끼지 않도록 위로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희원은 “감독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배우로서 쌓아온 경험이 연출자로 나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됐다. 앞으로 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