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 이희준의 연기는 매번 놀랍다. 내면과 외면을 큰 폭으로 바꾼다. 그 안에서 이질감은 없다.

최근 개봉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에서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넘나 들었다. 먼저 체지방 8kg을 감량했다. 감량은 외적인 변화의 시작일 뿐이었다. 캐릭터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콧수염을 붙이고, 현지화를 강조한 의상 스타일을 선택했다.

이희준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가 진짜처럼 보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촬영 현장에서 항상 수영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제가 아닌 수영으로서 누군가를 대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고타’ 속 이희준이 맡은 수영은 명문대 출신 대기업 주재원에서 속옷 밀수업으로 전향한 인물로 보고타 한인 사회를 완벽히 장악한 실세다. 범죄를 저지르긴 하나, 지능적이고 계산적이다. 리더십도 상당하다.

수영이 국희(송중기 분)와 종종 대립하는 장면은 이 캐릭터의 권력과 카리스마가 극대화된다. 수영은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말투로 상대를 압도하며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고뇌를 살짝 드러내는 미묘한 표정 연기를 선보인다.

또 국희와의 대립 이후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는 대립 장면에서는 수영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격렬한 감정이 폭발한다. 이희준은 이 장면에서 단순히 화를 내는 것을 넘어 표정의 미세한 변화와 손짓, 몸짓으로 수영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해냈다. 냉혹한 눈빛과 굳은 입술은 국희를 강하게 압박하며 관객들에게도 긴장감을 전달한다.

이희준은 “저는 그 배역을 하면 그 배역의 생각으로 현장에서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때도 쟤가 너무 바퀴벌레처럼 보이고 치워버리면 참 좋겠다고 실제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 그렇게 생각을 해야 인위적인 연기가 아니라 눈빛도 바뀌는 그런 연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수영도 얼마나 기분이 나쁠지, 국희를 가지고 저 혼자 많은 빌드업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가 딱 끝나니까 국희한테 상상을 한 건데 당장 중기를 보면 불편했다. 후유증이었다. 지금은 아주 사이가 좋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