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씨름 선수에게 수영으로 경쟁하라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출 주도형 경제를 바꿔야 할 때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최 회장은 1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미국 주도의 관세 인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인공지능(AI)의 빠른 기술적 변화 등의 불안요소가 삼각파도로 다가오고 있다”며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출범 등으로 국제 질서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 기존 수출 주도형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 연대 ▲수출 주도형 모델의 보완 ▲내수 확대 등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세계 무역질서가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주의 체제에서 1대 1 양자주의로 바뀌고 있다. 근본적으로 보면 수출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모델을 바꿔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과도한 통상 압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 주도형 경제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을 꼽았다. 한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간 600억달러 수준의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했는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4년간 1500억달러로 늘었다. 증가분이 통상압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최 회장의 분석이다.

때문에 해외 투자와 문화적 영향력 등의 대체 모델과 해외 시민 유입 등을 통한 경제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건 미국(1위) 중국(2위) 유럽연합(EU·3위) 정도인데, 우리는 이 규칙을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국제 질서나 정책을 바꿀만한 힘은 부족하므로, 연대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씨름 선수가 모래판이 아닌 수영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으니, 최소한 수영이 아닌 수중씨름으로 경쟁할 방법을 찾자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일본만 해도 우리보다 사이즈도 목소리도 크지만 룰을 만드는 것보다 수용하는 데 익숙하다. 이런 사람들과 연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대를 하려면 투자가 필수다. 가만히 앉아서 손만 내밀어서는 힘을 합치기 어렵다는 얘기다. 때문에 최 회장은 해외 투자를 포함해 기존 수출을 대체할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해외에 전략적인 투자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엔비디아가 크게 성장했을 때 한국 기업들의 투자 비중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통상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문화상품들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전략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블루칩’으로 떠오른 한식을 예로 들며 “요리법이나 먹는방식, 요리하는 사람에 대한 훈련 등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다듬으면, 이 안에서 얻을 부가가치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를 수출하려면, 이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민자들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이미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고령화에 대한 경고등도 켜진 상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에 거주하며 일도 하고, 세금도 내고, 소비도 늘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대안이다. 그는 “우리 인구의 10% 정도인 500만명가량 해외 인력 유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제정책은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이냐가 핵심이다. 외부 변화에 대응하려면 자원을 새롭게 배분해야 한다. 우리도 변화에 맞게 자원배분을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데,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보다 경제주체가 토의와 합의(컨센서스·Consensus)로 속도감 있게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