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단연 최고의 영광이다.”

팬은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이변은 없었다. 빅리그 통산 3089안타, ‘루키 시즌’에 242안타를 때려내더니 2004년 단일시즌 최다인 262안타로 ‘안타 제조기’로 남은 전설의 사나이다.

스즈키 이치로(51)가 일본인 선수 최초로메이저리그(ML)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치로는 22일(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공개한 명예의 전당 헌액 투표에서 394표 중 393표를 받았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 마리아노 리베라가 유일하게 기록한 ‘만장일치 헌액’에 도전했지만, 단 1표 차로 실패했다. 그래도 역대 최다득표 공동 2위다. 득표율 99.75%는 양키스 시절 팀 동료였던 데릭티저(2020년)와 동률. 최다득표율 역시 공동 2위다.

‘타격의 신’ 켄 그리피 주니어(2016년) ‘명투수’ 톰 시버(1992년·이상 99.32%)는 물론 강속구 투수의 대명사 놀런 라이언(1999년·98.79%) ‘철인’ 칼 립켄 주니어(2007년·98.53%) ‘영원한 3할타자’ 타이 콥(1936년·98.23%) 등 빅리그 전설들보다 높은 득표율이다.

이치로는 헌액 직후 화상인터뷰를 통해 “(명예의 전당 입성은) 야구 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라며 “프로야구 선수로서 (명예의 전당 입성은) 최고의 영광”이라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교졸업 후 프로전향을 선언한 이치로는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에 입단해 9시즌을 치른 뒤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1년 시애틀에 입단해 곧바로 빅리그에 입성한 그는 데뷔시즌 242안타를 뽑아내며 신인왕과 아메리칸리그 MVP를 동시에 차지하며 빅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양키스와 마이애미 등에서 뛰다 시애틀로 돌아와 은퇴했는데, 19시즌 동안 2653경기에서 3089안타를 만들며 타율 0.311의 통산 기록을 남겼다.

2004년 기록한 262안타는 전대미문의 ‘단일시즌 최다 안타’이고, 7시즌에서 200안타 이상 뽑아냈다. 올스타에 10차례 선발됐고, 골드글러브도 10개를 수집했다. NPB시절을 포함하면 28시즌 동안 4367개의 안타를 생산한 ‘원조 타격 기계’다.

이치로는 “처음 미국무대에 도전했을 때 내가 이 자리(명예의 전당 헌액자)에 오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일본인 선수로 처음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만큼 매우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구의 매력은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만남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며 고생한 동료와 코치진, 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빅리그에서 10시즌 이상 활약하고, 은퇴후 5시즌이 지나면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가 될 수 있다. 야구기자단 투표에서 득표율 75%를 넘기지 못하면 10년간 재도전할 수 있다. 물론 5% 미만으로 득표율이 저조하면, 자격을 상실한다.

이치로는 한 번에 입성했는데, 단 1표 차로 만장일치에는 실패했다. 이치로와 함께 왼손 선발투수로 시대를 풍미한 CC 사바시아도 한 번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10번째 도전에 나선 왼손 마무리투수 빌리 와그너는 82.5%(325표)의 득표율로 극적으로 입성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