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세상을 떠난 오규상 전 회장의 자리를 채울 한국여자축구 새 수장에 양명석(60) 전 대구시축구협회장이 뽑혔다.

기호 2번으로 나선 양명석 당선인은 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9대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 재선거 결선 투표에서 총 유효 득표 70표 중 37표를 얻어 기호 1번 권종철 후보(33표)를 4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했다.

그는 앞서 1차 투표에서도 유효 득표 73표 중 34표를 얻어 권종철(27표) 기호 3번 정해성 후보(12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기준인 37표에 3표가 모자라 규정에 따라 2위 권 후보와 결선 투표를 시행했다. 마침내 최종 당선인이 됐다.

17년간 여자연맹을 이끈 오규상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으나 지병이 악화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선수, 지도자, 심판 등 80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해 재선거를 시행했는데 양 당선인이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달성군축구협회장, 대구광역시축구협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10년 전부터 여자 유망주에 대한 개인 후원도 진행해 왔다. 선거 운동 기간 유소녀 여자축구 육성 프로젝트 시행, WK리그 확대 및 예산 증액, 여자축구인 복지 향상과 전문성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 당선인은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선거 기간 함께해준 정해성 후보, 권종철 후보와 소통하며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점을 둘 정책은 유소녀가 즐겁게 축구에 입문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양명석 당선인과 일문일답

- 당선 소감은?

감사하다.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선거 기간 함께해준 정해성 권종철 두 후보에게 감사하다. 두 분 다 훌륭하고 존경한다. 두 분과 소통하며 한국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 당선이 된 동력을 무엇이라고 보나.

입후보하게 된 건 오규상 회장께서 고인이 되신 뒤 몇몇 지도자가 ‘양명석이 한 번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의사 표시가 있었다. 사실 많이 고민했다. 지난 4년간 대구시협회장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소통하고 모든 걸 공개하는 등 투명하게 운영해왔다. 그런데 여자연맹은 지역 협회와 다르다. 무거운 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양명석이 대구시 회장 할 때 잘하더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연맹에서 소신 있게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고 하더라. 스스로 당선되지 않더라도 출마해서 내 소신을 피력하자고 했다. 실제 당선을 목표로 출마한 건 아니었다. 지도자가 지지해주는 만큼 공약을 정리해서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낙선되더라도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여자 축구 상황이 어려운데.

여자 축구 현장을 10년 전부터 다녔다. 어린 선수, 지도자를 만나면서 소통했다. 고 오규상 회장께서 한국 여자 축구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고 본다. 뜻을 이어받면서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입히면 된다고 본다. 현재 여자축구에 가장 큰 문제는 초등부 선수 발굴이 어려운 점이다. 초등부가 무너지면 중등, 고등, 대학, 실업 다 발전할 수 없다. 내가 중점을 둘 정책은 유소녀가 즐겁게 축구에 입문하게 하는 것이다. 또 대회 환경 개선이다. 대회장에 가면 여자 선수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더라. 이게 현실이다. 분명히 개선할 것이다. 지도자의 처우도 열악하다. 이밖에 대도시에 가면 (운동하기 위한) 통근 시간이 2시간 이상 걸린다. 학생 선수는 집 가까운 곳에서 학교에 다니고 싶어 한다. 부모도 그런 부분에 대해 불편해한다. 이런 문제를 대한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 교육부와 협의하고 개선하겠다.

- 오규상 전 회장도 WK리그 운영에 어려움을 언급했는데.

WK리그는 (군 팀) 상무를 포함해 8개 팀이다. 프로화? 하면 좋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프로화에 접근하려면 인프라 구성이 우선이다. 10개 팀 이상 돼야 한다. 그러려면 2개 신생팀 생겨야 하는데 1~2년 안에 해결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고교 졸업 선수가 대학에 진학한 게 70명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은 8개 팀이 있는데 11명을 채우지 못한 팀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WK리그 팀을 더 늘린다?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래부터 선수층이 좋아야 한다. 팀 수 늘리는 것보다 내실 있는 경영을 해야 하지 않을까.

- 연맹 사무국 개편과 관련해서는?

지난 10년간 여자축구장을 돌아다니면서 (연맹은) 외부에서 봤다. 취임하면 내부 살림살이부터 조직까지 점검하겠다. 일선에 있는 (여자 축구계)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연맹의) 소통 부재를 굉장히 많이 언급하더라. 취임하면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소통하겠다. 그분들이 원하는 건 사소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내가 보고 판단하겠다.

- 오늘 오규상 전 회장의 49재다.

투표일이 고 오규상 회장의 49재여서 참석을 못 했다. 여자축구의 한 획을 그은 분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성장시키신 분이다. 그분의 뜻을 받들겠다. 정체하지 않고 확대해 한 단계 성장시키겠다. 부끄럽지 않게 임기를 보내려고 한다.

- 여자 축구 시장성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

참 어려운 부분이다. 요즘 동호인, 여성축구단은 구·군 단위로 가도 거의 한 팀씩 형성돼 있다. 엘리트 축구는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인프라 확대를 해야 하는데 꼭 엘리트만 고집할 게 아니다. 소규모 풋살처럼 5대5나, 지자체 도움을 받아서 연맹 주관으로 지역 대회 등을 열겠다. 부흥 일으킬 계기를 만들겠다. 선수가 대회에 입문할 기회를 중점적으로 만들겠다. WK리그까지 활성화, 이벤트 등으로 관중이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 갈 기회를 만드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과도 소통한 것으로 아는데.

대한체육회 유승민 당선인께서도 학교 체육을 살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여자연맹은 상위단체인 대한축구협회가 있다. 그 위에 대한체육회가 있다. 사실 여자축구는 비인기 종목에 속해 있다. 그래서 축구협회와 체육회 협조를 얻어야 한다. 체육회에서 여자 축구 관련해 정책적으로 펼치는 부분이 상통하는 게 있더라. 체육회 도움을 얻어 조금 더 여유로운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유승민 당선인도 신경을 많이 써주시겠다고 말씀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