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방송가에 느닷없는 갈라치기가 생겼다. 이수지와 한가인 사이에서다.

이수지와 한가인에게 몰려가 악성댓글을 다는 현상이 생긴 것. 이수지에겐 불편한 패러디를 왜 했느냐라는 논리로, 한가인에겐 소탈한 서민의 행태가 불편했다며 비난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혐오가 파생하는 문화가 요즘 미디어 환경의 특색이기도 하지만, 이번 사안은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시작은 이수지가 선보인 ‘대치동 엄마’ 패러디부터였다. 아이 학원 보내는 데 진심인 대치동 엄마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포인트를 낚아챘다. ‘네트워크 경쟁’ ‘유행하는 패딩 브랜드’ ‘아이를 브랜드화하려는 문화’ 등이 그 예다. 이수지의 신들린 연기력까지 더해 첫 영상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불똥이 한가인에게 튀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아이들 등하교를 전담한다는 걸 공공연히 밝힌 것이 화근이 됐다. 수백만원 상당의 점퍼를 입고 외제차 안에서 김밥을 먹는 모습이 어딘가 불편했던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이수지의 영상이 긁어준 셈이다.

불편함이 있었다고 하기엔 비판의 불길이 너무 거세다. 한가인이 직접 대치동 엄마 문화를 언급한 적은 없음에도 ‘극한 등하교’ 경험이 이 패러디와 연결되면서 억울한 타깃이 됐다.

이번 사태는 패러디 콘텐츠가 ‘특정인 혐오’라는 맥락으로 변질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풍자와 해학에 초점을 둔 패러디가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본래의 의도가 희석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패러디가 날카로울수록 공감과 반발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특정 인물에게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패러디의 방향성이 어긋난 것”이라며 “패러디의 본질은 웃음이다. 웃기냐 안 웃기냐만 판단할 문제인데 너무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개그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패리더의 본래 목적인데 너무 예민한 반응이 나오는 것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 개그맨은 “코미디는 본래 현실을 풍자하는 장르지만, 혐오를 조장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개그맨들은 특정인을 조롱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요즘은 패러디가 확산되면서 원래 의도와 다르게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 고민을 많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송 제작자들도 이제는 재미만을 추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반응이 큰 것은 긍정적이지만, 의도치 않은 논란을 가져오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 방송 제작자는 “이제는 콘텐츠 제작자들도 조심해야 하는 시대다. 아무리 재밌는 패러디라도 대중의 해석에 따라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현상을 풍자할 때, 그 안에 숨어 있는 혐오나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 유머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