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된 정몽규 회장은 혁신을 약속했다. 진정성은 ‘인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정 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국회로부터 손가락질받는 상황에서도 4선에 성공했다. 대중의 싸늘한 시선과 별개로 세 명의 후보자 중 가장 낫다는 축구계의 지지에 따라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선거를 앞두고 정 회장은 혁신, 변화를 약속했다. 아시안컵 유치 참패, 비리 축구인 사면, 축구대표팀 감독 졸속 선임 등 연이은 패착을 극복하고 새로운 축구협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표가 몰린 현상에는 정 회장의 ‘진정성 행보’가 어느 정도 통한 측면도 있다.
그 마음이 진짜인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한 속임수인지는 첫 인사를 보면 알게 된다. 혁신의 시작은 새로운 인사에서 시작한다. 최근 몇 년간 정 회장의 주변에 ‘예스맨’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이 현실과 동떨어진 선택을 할 때마다 옆에서 바로 잡는 임원, 실무 리더급 핵심 측근이 없다는 내·외부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선거를 앞두고 축구협회의 한 직원은 “협회 직원끼리는 회장 옆에서 아첨만 하는 자들이 출세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실무 관리자는 충신으로만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회장이 틀린 선택을 해도 그들은 침묵한다. 알면서도 보신을 위해 모른 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도 “밖에서 보는 것보다 내부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무기력감이 전반에 감돈다”라고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축구협회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동감 넘치는 조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홍명보 현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무이사로 일할 때까지는 직원의 역동성, 적극성이 돋보였다. 행정 리더였던 홍 감독은 직원의 창의성을 살리는 수평적인 스타일로 축구협회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 정 회장이 큰 그림을 그려 최종 결정을 하고 홍 감독이 세부적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 잘 자리 잡힌 모습이었다.
홍 감독이 떠난 이후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정 회장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면서 점점 수직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실무 리더급 인사는 정 회장을 제어하지 못한 채 지켜보기만 했다. 사실상 방관이다. 축구협회는 ‘죽은 조직’으로 전락했다.
정 회장이 혁신을 원한다면 실무 리더급 인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축구협회 한 직원은 “정 회장이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소신 있게 일을 밀고 갈 인사를 리더급으로 선임하면 좋겠다. ‘예스’만 외치는 사람과 계속하면 분위기는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직원의 의욕을 좌절시키는 행보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실제 정 회장도 인사를 놓고 고심하며 축구계 전반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곱지 않은 시선 속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만큼 전향적인 변화가 따라야 정 회장을 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혁신 인사’가 출발점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