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전 세대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공감해주니까 감사하죠.”
공전의 히트를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을 맡은 문소리가 한 말이다. 작품이 끝나면 늘 전해왔던 소감을 툭 말했을 뿐인데, 무언가 울컥 올라왔다. 배우 문소리가 한 말임에도, 4주 동안 웃고 울며 들은 애순의 목소리로 느껴진 것이다.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가 저도 모르게 느슨해진 셈이다. 그 정도로 작품의 힘은 강했다.
‘인생 드라마’를 넘어 ‘인생 그 자체’란 평가가 나오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문소리는 격동의 대한민국에서 가족을 지킨 엄마 애순으로 있었다. 애순의 이야기이자, 우리 엄마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에서 문소리는 어린 애순을 연기한 아이유의 바통을 이어받아 끝내 훌륭히 매듭을 지었다.

문소리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풀만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가 연기한 애순이는 그냥 우리 엄마다. 어린 애순이는 동네를 떠들썩하게 할 만한 일도 저지르지만, 시간이 지난 애순이에겐 보편적인 엄마가 있어야 했다. 두 인물을 어떻게 낚아채서 전달할 것이냐가 미션이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거의 처음 있는 시도다. 한 배우가 엄마와 딸 두 인물을 맡는다는 것. 또한 배우는 엄마의 얼굴만 연기한다는 것. 어린 애순과 금명을 연기한 아이유에게도, 성인 애순만 맡은 문소리에게도 낯선 숙제였다.
“어린 애순이가 슬그머니 묻어나길 바랐어요. 시청자들은 저를 애순이로 볼 거예요. 같은 핀을 꽂고, 관식(박해준 분)의 아내이기도 하고요. 약속이잖아요. 그런 중에서도 슬쩍 스며 나오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죠. 아이유 노래 많이 들었어요. ‘무릎’도 많이 듣고, 유튜브 ‘아이유의 팔레트’도 보고요.”

1950년대 제주부터 2020년 서울까지, 격동의 한국사가 배경이다. 유채꽃으로 상징한 4.3 사건과 최루탄이 곳곳에서 터지던 6월 항쟁, 느닷없이 전달된 김일성 사망, 모두가 하나가 됐던 2002 월드컵 등 대한민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을 드라마 속 인물들도 경험한다. 시간이 지난다는 건 인물의 성장과도 맞닿는다. 30대 후반 애순부터 70대가 된 애순까지, 문소리는 조금씩 꾸준히 성장한 애순을 그렸다.
“늙는다는 게 뭔지 정말 많이 생각했어요. 계속 시간은 지나가는데, 그러면 뭔가 담아져야 하잖아요. 서서히 기운 빠지고 물러나게 되고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요. 선택지가 너무 넓었어요. 광례(염혜란 분)를 생각하면 억세야 하는데, 마음속엔 나이 먹어서도 관식의 사랑을 듬뿍 받고요. 누군가의 눈엔 꽃밭에서 산 여자잖아요. 레이지가 너무 넓었어요. 답을 내기 어려웠죠. 사랑을 많이 받은 애순이니까, 풍파를 당해도 고운 면을 간직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연예계에선 임상춘 작가에 관해 관심이 크다 대한 관심이 크다. 신비주의는 과거 서태지의 그것을 넘는다. 어떤 인물인지, 어떤 화법을 구사하는지는 물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정체가 나오지 않았다.
“리딩 때 처음 뵀는데 별로 대화를 안 했어요. 뒤풀이에서도 제가 일찍 가게 돼서 얘기를 많이 못 했어요. 제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선물만 분장실에 전달하고 인사도 안 하고 가셨어요. 저도 궁금해요. 애순이 떠나보내는 게 눈물 난다면서 밥 대접한다고 해주셨어요. 알아 올게요. 하하.”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