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강하늘의 성장이 눈부시다. 데뷔 후 좀처럼 쉬지 않았다. 드라마-영화 가릴 것 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렸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로 선보인다. 매번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여기에 연기 디테일을 잡기 위한 노력이 서려 있었음은 물론이다.

16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마약 운반업자 뒤를 캐다 정체가 들킨 뒤 강제로 마약 투여를 당했다. 극심한 후유증은 말을 더듬는 것으로 표현했다.

“부작용이 고개를 까딱거리는 것도 있어요. 그러면 관객 시선을 자꾸 흐트러트릴 수 있으니 1차원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걸 찾았어요. 그게 말더듬증이었어요. 감독님께 말씀드리니 첨에 저어하시다가 하는 걸 보더니 ‘괜찮다. 넣자’고 하셨어요.”

‘야당’은 선과 악,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인물이다. 경찰에겐 마약 밀매 조직을 소탕할 단서를 제공하고, 수사에 협조한 이들에겐 형 감량이라는 달콤한 제안을 한다. 마약 전과자로 이들 조직을 속속들이 꿰차고 있는 덕분이다. 때문에 배신은 야당의 기본값이다.

“실제 야당을 인터뷰한 영상을 봤거든요. 말하는 걸 들으면 진짜 자신만만해요. ‘나는 안 잡혀. 나를 잡아봐야 처벌하지도 못해’라는 식이에요. 그래서 야당이라는 일이 내 캐릭터라 할지라도 선해 보이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너무 악랄하면 관객이 못 따라오니까 그 중간을 택했죠.”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난교 장면에서부터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포함돼 있어서다. 하반신이 불에 타는 장면도 나온다. 강하늘은 “야당일을 하는 사람은 이렇게 당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 역시 정의감보다 앞선 인간 본연의 감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주’(2016)에선 반성적 삶을 산 시인 윤동주를, ‘동백꽃 필 무렵’(2019)에선 촌므파탈 경찰 용식으로 다가왔다. 오는 6월 공개를 앞둔 ‘오징어게임3’에서는 해병대 병장 대호의 마지막 용기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강하늘은 “대본을 고르는 데 있어 내 역할이 포인트가 되지 않는다. 대본을 영상화했을 때 나 혼자 읽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야 한다”며 “연기를 하면서 잘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때마다 잘하는 걸 쏙쏙 빼먹으려고 했다”고 웃어 보였다.

날카로운 관찰력이 연기의 원동력이었다.

“왜 음악가들은 매일 악기를 연주하고, 화가들은 매일 그림을 그리는데 연기자는 왜 그 정도 훈련을 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어요. 반대로 생각하면 배우는 하루하루가 영감이라 생각해요. 지금 인터뷰를 하는 이 자리도 제가 나중에 기자 역을 맡았을 때 쓰일 수 있잖아요. 여러 가지가 하루 안에 열려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눈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담으려고 해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