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주상 기자] “기쁘다. 그렇지만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무덤덤한 표정이었지만, 기쁨은 숨길 수가 없었다. UFC 파이터 유수영이 득남을 하며 아버지 대열에 올랐다.
유수영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베토리 vs 돌리제 2’ 언더카드에서 A.J. 커닝햄(미국, 30)에게 만장일치 판정승(30-27, 30-27, 30-27)을 거뒀다.
이날은 ROAD TO UFC 시즌 3 밴텀급(61.2kg) 우승자 유수영(15승 3패 2무효)의 UFC 데뷔전이었다. 승리 후 유수영은 결혼과 득남 사실을 팬들에게 처음으로 알리며 “첫 승리를 아들과 아내에게 바친다”라며 감격어린 목소리로 전했다. 주먹만큼 심장도 뜨거운 사나이였다.
유수영은 라운드마다 전매특허인 테이크다운에 성공해 상대를 그라운드에서 컨트롤하며 안정적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화끈한 타격전에도 물러시 않을 만큼 펀치도 장기였다.
이제 아버지가 된 만큼 기쁨과 더불어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앞으로 있을 대전에서 패배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유수영과의 일문일답이다.
Q. 득남을 축하드린다. 아버지가 된 기분은 어떤가?
너무 기쁘고 좋다. 믿겨지지가 않는 기분도 든다. 좀 더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Q. 선수들이 아이를 낳고 마음가짐이 달라져 급격하게 기량이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부분이 있는가?
아들이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일주일 정도 됐는데, 확실히 마음가짐이 엄청 달라진다. 애가 있으면 시합 영상 같은 기록에 남으니까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보여줘야겠다. 지더라도 멋지게 싸우는 모습 보여줘야겠다. 이런 식으로 마음이 바뀌는 거 같습니다.
Q. UFC 첫 승을 거둔 기분은 어떤가?
첫 승을 했다는 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경기력이 좀 더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타격이나, 그래플링으로 피니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너무 안전하게 이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아꼈던 거 같다. 그런 부분들이 아쉬움이 남는다.
Q. 게임 플랜은 무엇이었나?
원래는 전진 압박으로 들어가서 복싱 싸움을 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첫 경기고,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주먹 싸움을 하고 싶었는데 혹시나 잘못 맞을까봐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지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플링을 하게 되더라.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원래는 좀 더 근거리로 들어가서 복싱으로 상대방에게 대미지를 줘서, 판정까지 가지 않고 끝내는 게 목표였는데 그러지 못했다.
Q. 타격전 관련해서 코치님 표정이 안 좋았다고 다시 봐야겠다고 했는데, 다시 보니까 어땠는가?
코치님께서도 살짝 아쉬우셨던 거 같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못 보여준 게 아쉬웠던 거 같다. 내가 긴장을 많이 해서 감독님이 아쉬워하신 거 같다.
Q. 오히려 RTU 때보다 더 쉽게 이긴 거 같은데,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RTU 때보다도 더 원사이드하게 이기긴 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내 완전한 모습을 아직 못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경험을 했기에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상대도 밴텀급에선 데뷔전이었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더 올라가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Q. 한국 선수들은 지금까지 난타전으로 유명했는데,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맞는가?
그런 부분을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다. 그런데 UFC 측에서는 경기가 루즈하다고 볼 수 있으니까 그게 걱정이다. 너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려다 보면 경기가 조금 루즈해질 수 있다. UFC에서 그렇게 보게 되면 앞으로 컨텐더로 올라가는 데 있어서 조금 걸림돌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더 안 좋았다. 그런데 이번 경기는 아무 전략 없이 난타전을 벌이는 게 아니라 타격 측면에서 내가 자신감만 있으면, 그래플링에서처럼 타격에서도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약간 자신감이 부족했어서 타격전에서 우위를 못 가져간 거 같아서 아쉽다.
Q. 다음 경기는 더 적극적으로 싸울 생각인가?
그것도 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저번 경기에선 타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게 그래플링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플링으로 갔으면 화려한 기술과 훨씬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을 거 같다. 타격에 집착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못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에서는 내가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걸 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타격적인 부분에서 저번에 너무 안전하게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못한 게 있다. 엄청 치고받는 타격전이 아니더라도 준비한 건 옥타곤에 들어가서 꼭 하고 싶다. 그래서 다음 번에는 좀 더 맞더라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다.
Q. PFL에서 김태균 선수도 승리하면서 유저씨 코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저씨 코치님과는 언제 어떻게 만났는가?
감독님은 군대 전역하고, 22살 겨울에 처음 만나 뵙게 됐다. 당시 나는 군포 본주짓수 체육관에서 혼자 MMA 훈련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감독님이 체육관에서 일반 관원으로 있었다. 그때 만났을 때부터 당시로서는 특이하게도 입식도 아니고, 복식도 아니고, 무에타이도 아니고 MMA적으로 내게 가르쳐줬다. 군대 전역하고 프로 선수로 다시 돌아가야겠다고 운동을 열심히 할 때였다. 시합이 있을 때마다 MMA적으로 전략도 잘 짜주셨다. 훈련도 둘이서 했는데, 스파링 파트너도 해주시고, 미트도 많이 잡아주셨다. 한 경기, 한 경기 해나가면서 감독님이 알려주신 기술을 경기 때 쓰며 점점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됐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세월이 지나서 감독님은 여러 선수를 거느리는 감독님이 있다.
이제는 제자들이 엄청 많다. 점점 코치 활동 경력이 늘면서 데이터가 쌓이다 보니까 더욱 더 다양하게 많이 가르쳐주신다. 내가 여기서 훈련을 하면서 여러 나라들 다니면서 시합을 뛰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 훈련하는 것도 보고 그랬는데 우리 체육관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께서 하루도 빠짐없이 연구하고 공부하신다. 그렇게 연구하고, 공부한 기술들을 매일매일 저희에게 알려주신다. 세세하게 하나하나, 그래플링이랑 타격 포지션을 다 알려준다. 선수들도 발전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마음이 항상 생긴다. 감독님꼐서 너무 잘 가르쳐주시니까. 그러면서 감독님도 점점 더 단단해지고, 선수들도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감독님이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스파링해보면 선수들보다 더 잘한다. MMA적으로 스파링 같이 해보면 힘들다. 타격도 엄청 날카롭다. 같이 훈련해본 선수들은 다 안다.
Q. 알렉산드레 토푸리아를 콜아웃한 이유는 무엇인가?
토푸리아도 데뷔전에 1승 했고, 나도 1승 했으니까 붙어보고 싶었다. 일리아 토푸리아 때문에 더 주목을 받고 있는데, 만약에 일리아 토푸리아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주목을 받을 선수인가 의심도 든다. 물론, 강하긴 하지만 그렇게 바로 주목받을 만한 선수는 아니고, 내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싸워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를 이기면 내가 올라가는 데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콜했다.
Q. 8~9월쯤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현재 계획은 어떤가?
8~9월에 잡히게 되면 너무 좋다.
Q. 이번 경기가 한국에서 생중계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가?
아쉬움이 있긴 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는데 생중계되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도 유튜브로 하이라이트는 나왔다. 그래서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Q. RTU에 한국 선수들이 5명 출전한다. 이번 시즌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선수가 있는가?
아무래도 블랙컴뱃 소속 ‘영보스’ 박어진 선수가 기대가 된다. 나이가 어린데도 잘한다. 유튜브에서 훈련하는 영상을 보니까 진짜 열심히 하는 게 영상에서도 느껴지더라.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어진 선수가 기대가 많이 된다. 그리고 김상욱 선수도 기대된다. 두 번째 출전이니까 첫 번째에서도 4강까지 갔으니까 경험이 더 쌓여서 좋은 모습 보여줄 거라 기대된다. 윤창민 선수도 기대된다. 박재현 선수도 두 번째니까 좋은 성적 기대된다. 서동현 선수도 기대된다. 이번에 다섯 선수 다 무조건 1차전은 다 통과할 거 같다.
Q. 아무래도 국내에선 블랙컴뱃 vs 딥 대항전에 나왔던 아오이진 대 윤창민의 대결이 큰 관심을 끌 거 같다. 어떻게 내다보는가?
윤창민 선수가 이겼으면 좋겠다. 이길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윤창민 선수가 이길 거라고 본다.
Q. ROAD TO UFC 시즌 2 밴텀급 우승자 이창호의 데뷔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보고 너무 잘한다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연습 때 아무리 잘하더라도 시합 때 보여주는 건 다르다. 시합 때 보여주는 것의 표본이 아니었나 싶다. 연습도 엄청 열심히 하겠지만, 시합 때 그런 레슬링과 그래플링 컨트롤 하는 걸 보면 상대방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플링 컨트롤하는 게 체계적으로 꽉 짜여져 있었다. 자신감도 높아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배웠다. 저기선 저렇게 컨트롤하는구나 이런 걸 나도 감명 깊게 봤다.
Q. 이창호 선수도 유수영 선수 데뷔전에 너무 잘해서 동기부여 받았다고 했다. 서로 좋은 자극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보면 될까?
그런 거 같다. 이번 경기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아서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창호 선수가 자신 있게 플레이하는 모습들이 진짜 멋있었다.
Q. 이창호 선수는 전 UFC 미들급 챔피언이 인터뷰에서 코리안 하빕이라고 지칭했는데, 본인은 코리안 메랍이라고 말했다. 혹시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는가?
나도 코리안 하빕, 코리안 메랍 소리를 들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냥 유짓수로 가겠다.
Q.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있다면?
팬분들이 매번 경기 때마다 도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좀 더 열심히 해서 좀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