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방송인 백종원이 출연 예정이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멈췄다. 기약없는 이별이다.

오는 5월 첫 방송 예정이던 MBC ‘남극의 셰프’는 무기한 연기됐다. 상반기 방송 예정인 tvN ‘장사천재 백사장’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백종원의 유튜브 채널 역시 한 달 넘게 멈췄다.

방송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은 탓에 무리하게 방송을 강행할 경우,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백 대표가) 한 차례 사과를 하긴 했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사과가 주주나 (더본코리아) 소비자에게만 했기 때문이다. 팬들과 시청자에게 진정성 있는 추가 사과가 없다면 방송 출연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제작진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백종원은 지난달 28일 더본코리아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자로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내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가 주주들에게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당시 백종원은 주총이 끝난 뒤에도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여 주주와 점주, 고객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시청자와 기다려준 팬들을 향한 사과는 없었다.

백종원이 시청자에게 사과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간 방송을 통해 쌓아온 이미지와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실제 모습 사이에 괴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행정 착오나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의도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것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은 백종원이 방송에서 수차례 강조해온 ‘정직한 식재료’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방송에 비친 그의 이미지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큰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본코리아에 대한 호감 역시 백종원이 예능을 통해 보여준 이미지에 기반한 측면이 크다. 방송을 통해 만든 이미지가 회사 브랜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기만당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때문에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자숙 등의 진정성 있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예전에는 백종원이 나오기만 해도 콘텐츠가 됐지만 지금은 방송계가 오히려 그를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미보다 진정성을 전제로 하는 인물이므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방송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