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완벽한 변신이다. 착하고 선한 얼굴만 보여줬던 배우 공승연이 180도 달라졌다. 어떻게 이렇게 못 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되바라졌다. 말도 험하고, 행동도 천박하다. 부끄러운 줄 모른다. 결국 처참하게 사라진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임팩트가 강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악연’에서다. 이야기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승연이 맡은 유정은 꽃뱀이다. 돈 많은 남자를 노려 이른바 ‘공사’(화류계에서 사람을 꼬셔서 돈을 뜯어내는 말의 은어)를 치는 인물이다. 돈을 노리기 위해 몸을 헤프게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자가 굳이 원하지 않음에도, 애써 술을 먹이고 잠자리까지 이어갔다. 느닷없이 음주운전을 하게 하고, 심지어 사고를 유발하려고 키스도 서슴지 않았다.

사실상 모든 게 계획된 일이다. 순진한 한의사 안경남(이광수 분)의 돈을 뜯어내려고 목격남(박해수 분)과 짜고 벌인 일이다.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몰리자 본색을 드러냈다. 욕설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상대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막말에도 날이 서 있었다. 사악한 일을 벌이려다 오히려 되치기를 당했다. 복수를 당하는 순간조차 강렬했다.
이제껏 본적 없는 얼굴이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인 공승연은 일찍 배우로 가닥을 잡고 연기에 집중했다. 가요계는 꾸준히 연이 닿았다. 친동생 정연이 인기 그룹 트와이스였던 덕분에 함께 음악방송 MC를 맡기도 했다. 따라서 역할도 대체로 트렌디하거나 세련됐다.

변화의 기점은 영화 ‘혼자사는 사람들’이었다. 말수 없이 직장생활을 하며 지내는 인물이다. 담담하고 건조한 얼굴이었다. 점차 폭을 넓혔다. SBS ‘소방서 옆 경찰서’ 시리즈에선 구급대원으로 성실하고 인간적인 얼굴을 보여줬고, 영화 ‘핸섬가이즈’에선 귀엽고 순수한 대학생으로 변모했다. 코믹 연기에 충분히 재능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악연’이다. 참하고 선하거나 인간적인 기존과 달랐다. 농도 깊은 악역은 처음이다. 매우 준수한 연기였다. 이토록 나쁜 짓을 하는 인물은 혐오스럽기 마련인데, 공승연이 그린 유정은 미운 면이 분명한데도 기억에 남는 매력이 넘쳤다. 악한 인물에 현실적인 면을 부여한 덕이다. 완벽히 성공한 변신이자, 배우로서 단단한 성장을 구축한 셈이다.

대성할 배우의 싹이 보인다. 도회적이기도 하며 의상에 따라 정갈한 여성의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악연’에서는 퇴폐미를 그렸다. 코미디도 잘 어울린다. 좋은 이야기에 어울리는 앵글이 붙으면 어떤 그림도 어울릴 스케치북이다. 영화와 시리즈, 장르의 벽도 쉽게 넘나들고 있다. 이제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