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지드래곤의 홍채(iris) 데이터 기반 AI 아트 작품 제작→‘홈 스위트 홈’ 우주로 송출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K-팝의 아이콘이자 KAIST(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명된 지드래곤(G-DRAGON)이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는 감성적인 우주 실험을 성공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백남준을 계승한 우주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KAIST 아트앤 테크놀로지 센터는 지난 9일 지드래곤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 교수의 협업을 통해 과학 예술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을 발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드래곤의 홍채(iris) 데이터 기반 AI 아트 작품을 제작했다. 우주의 빅뱅을 은유한 시각 이미지가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기술을 통해 우주 안테나에 투사, 지드래곤의 음악 ‘홈 스위트 홈’우주로 송출했다.
프로젝션 매핑은 실제 구조물에 빛과 영상을 투사해 시각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술로, 공간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표현 방식이다.
또한 에밀레종의 종소리 데이터를 활용한 사운드 아트는 우주로 송출되는 안테나 퍼포먼스와 결합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감성적 예술 경험을 선사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간의 눈을 통해 내면의 감성을 AI로 탐구하는 이 교수의 대형 예술 프로젝트 ‘Open Your Eyes’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드래곤과 KAIST 우주연구원, TX LAB과 갤럭시코퍼레이션, 아마스튜디오와의 공동 협업을 통해 완성된 세계 최초의 예술-과학 융합형 우주 송출 실험이다.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계승한 21세기형 커뮤니케이션 아트로 주목받는 이번 프로젝트는 1984년 백남준이 인공위성을 매체로 활용해 세계를 연결했던 실험적 예술정신을 21세기 기술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당시 백남준은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예언을 유쾌하게 비틀며 예술의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40여 년이 흐른 오늘날, 이 교수는 인간의 ‘눈’이라는 가장 내밀한 감각기관을 통해 감성과 존재, 인식의 파편을 AI로 해석하고 이를 위성을 통해 우주로 송출하는 시도를 감행했다.
이번 송출은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의 ‘외계 지적 생명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이하 ‘SETI’) 프로젝트와 연계돼 있다. SETI는 영국 록밴드 비틀즈와 미국 래퍼 미시 엘리엇의 음악을 우주로 송출했던 역사적 프로젝트로, 지드래곤 우주 음원 송출은 대한민국 최초의 SETI 프로젝트다.
이 교수는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구조화된 시선과 시스템,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 속에 감금된 채 살아가고 있으며, 정체성조차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만 호흡을 허락받는 시대에 놓여 있다”며 “차별과 혐오, 분열과 논란의 시대에 알고리즘은 개인을 규정하고, 플랫폼은 감성과 정체성을 분절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예술은 공동체와 존재에 대한 희망적인 논의를 지구적 시야를 넘어 우주적 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드래곤은 “지구에 사는 누군가의 감정이 우주를 떠돌다 다시 누군가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면 그건 아주 멀리까지 닿은 깊은 위로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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