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가장 권은비답게 돌아왔다.
권은비가 발표한 새 디지털 싱글 ‘헬로 스트레인저’는 낯선 변화를 덜어내고, 자신의 영역으로 귀환한 결과물이다. 그간 솔로 활동을 통해 구축한 음악적 정체성의 본질에 집중했다. 화려한 비주얼, 치밀한 콘셉트, 탄탄한 퍼포먼스는 유지되면서도, 과잉은 없다.

권은비는 자신의 솔로 앨범을 명확한 작법으로 적어내려갔다. 첫 타이틀곡 ‘도어’는 브라스 중심 스윙 사운드에 펑키한 리듬을 더해 클래식한 시작을 알렸다. 이후 발표한 ‘글리치’ ‘언더워터’ ‘더 플래시’는 공통적으로 긴장되는 도입으로 출발해 후렴에 이르러 감정이 터지는 구조를 따랐다.
‘글리치’는 미니멀한 전개를 지나 후반부에 감정이 솟구치고, ‘언더워터’는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몰아치는 파도처럼 구성했다. ’더 플래시‘는 서로에게 빠져드는 순간을 공격적인 사운드로 펼쳐냈다. 권은비의 감정선과 음악적 구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권은비다운‘ 음악을 완성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해 발표한 ‘사보타지’는 예외적이었다. 음악, 콘셉트, 퍼포먼스 모두 새로운 것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권은비의 강점이 눌려버린 결과로 이어졌다. 유려하게 고조되는 전개에 맞춰 일순간 작렬하는 보컬이 매력임에도 곡에 실린 메시지가 넘쳤다. 권은비 특유의 ‘잔잔한 기조에서 감정을 터뜨리는 구조’가 희미해졌다.

신곡 ‘헬로 스트레인저’는 회귀다. 지금껏 ‘권은비다운’ 음악을 이끌었던 작법을 재시도했다. 몽환적인 도입, 점진적인 고조, 후렴에서의 감정 폭발로 이어지는 구조다. 뮤직비디오 역시 ‘사보타지’와 비교해 상징적이고 드라마틱한 연출에 초점을 맞추며 노래가 지닌 매력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결국 ‘헬로 스트레인저’는 권은비에게 건네는 인사다. 표면적으로는 낯선 이를 향한 노래처럼 보이지만, ‘사보타지’를 거치며 권은비 스스로 정체성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노래는 다시 그 안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리듬, 보컬, 전개 등 모든 구성요소가 권은비 중심으로 정렬됐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음악이 무엇인지 인식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헬로 스트레인저’는 변화보다 복원이다. 권은비의 목소리가 또 한번 작렬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