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영화 ‘야당’이랑 ‘폭싹 속았수다’ 찍을 때(2023)였어요. 현장에선 기분 좋게 촬영했는데, 끝나고 매일 허탈감이 찾아오더라고요. 너무 못한 거 같아 걱정되고 불안했고요. 그때는 이렇게 그만둬야겠구나 싶었죠.”

박해준에게 슬럼프가 찾아온 건 예견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영화 ‘독전’(2018)에서 이름을 알린 뒤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로 스타덤에 올랐다.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희대의 명대사가 안방을 강타했다. ‘서울의 봄’(2023)을 비롯해 숱한 작품에 주·조연으로 쉴 새 없이 참여했다. 그 사이 몸과 마음이 서서히 지쳐갔다.

박해준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몇 년 전에는 내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내면서 적극적이고 재밌게 연기를 했다. 그 해 찍은 ‘폭싹 속았수다’와 ‘야당’이 버거운 게 있었다”며 “내가 한 모습을 보면서 ‘왜 저거밖에 못 하나’하고 나에게 실망했던 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물론, 배우 생활을 관두려던 생각은 이젠 접었다. 6개월가량 휴식을 취하면서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1년간 고생하며 찍은 ‘폭싹 속았수다’가 대박이 난 것도 컸다. 극 중 맡은 관식에 관한 관심도 폭발하면서 국민적 신드롬으로 부상했다. 마약 브로커 세계를 다룬 영화 ‘야당’(16일 개봉)에서도 박해준의 인기에 힘입어 대박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다.

“마약수사대 반장 상재가 끌고 가야 하는 신이 있어요. 나이를 먹고 경험이 많아지니 제게도 그런 순간이 오는 거 같네요. 열혈 형사가 가진 소재와 더불어 더 큰 범죄와 맞서는 걸 보여주는 통쾌함이 있을 겁니다. 저는 이 영화도 ‘폭싹 속았수다’만큼이나 성공할 거 같아요.”

더불어 박해준은 이타적인 연기를 하겠노라 선언했다. 현장에서 얻은 기운 덕에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박해준은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처럼 다른 배우에게 도움이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다”며 “촬영 현장에서 전후 상황을 다 살펴 가면서 ‘이 사람이랑 함께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야당’ 촬영장에서 박해준의 존재감은 컸다. 현장을 유쾌하게 만드는 농담은 경직된 분위기를 녹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스태프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박해준은 “현장은 정말 끊임없이 움직이고 집중한다. 그 사이 약간의 숨 쉴 틈을 주면 좋다”며 “하늘이가 텐션이 워낙 높고 좋다. 슛 들어가기 전에 파이팅 같은 걸 외치는데 꼭 운동경기 나가는 느낌”이라며 주인공 야당 역을 맡은 강하늘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박해준의 연기 인생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쉬어가며 얻은 에너지로 더 높은 곳을 향해 치고 올라갈 기세다.

“연기하면서 잠깐 흥미를 잃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작업했던 결과가 잘 나오고 있어서 다행이고요.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재미를 찾아가라 신호를 준 거라 생각해요. 이제는 현장 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네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