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유해진은 영화 시사회가 되면 긴장한다. 영화 상영 뒤 이어지는 기자간담회 때문이다. “기자간담회를 기자 간 다음에 하면 안 되냐”는 농담을 할 정도다. 이유가 있다.

유해진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예전에 인터뷰하는데 나를 심하게 몰아붙인 기자가 있었다. 목뒤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며 “‘저 사람은 내가 그렇게 싫은가 어떻게 저렇게 얘기하지’ 싶을 정도였다. 그때 참 그랬는데, 그분 덕분에 당시 찍던 다른 영화를 정말 열심히 했다”고 웃어 보였다.

그가 누구였는지, 어떤 작품이었는지 밝히진 않았다. 다만, 그 이후로 유해진에게는 기자간담회는 공포의 대상처럼 인식됐다. 영화 ‘야당’(16일 개봉) 기자간담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화관 무대 위 객석에 앉자 “삐”하는 소리가 날카롭게 귀로 날아들었다.

귀에 손을 가져다 대도 소용이 없었다. 기자들이 펴놓은 노트북에 ‘Press’로 쓰인 스티커조차 ‘언론’이 아닌 ‘압박’으로 읽힐 정도였다.

“기자간담회 때 많은 얘기도 듣고 해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익숙해지지 않아요. 제가 평소에는 이명이 없거든요. 스트레스를 확실히 받고 있구나 싶어요.”

굳었던 표정은 영화 얘기로 돌아오자 다시 화사해졌다. ‘왕의 남자’(2005), ‘베테랑’(2015), ‘택시운전사’(2017), ‘파묘’(2024)에 이어 ‘야당’으로 다섯 번째 천만 영화에 도전한다. 이번 영화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건 자신이 제안한 장면이 영화의 킥으로 쓰인 장면이 많아서다. “검사는 대통령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지”라는 대사에 “XX 거”라며 욕을 덧붙은 건 유해진의 아이디어였다.

검사 관희를 잘 드러낸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유해진은 “그 검사가 가진 힘을 보여줬다. 영화에선 중반부 넘어서 나오지만, 그 장면이 첫 촬영이었다. 기준점을 잡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 장면 잘랐어요, 안 잘랐어요?”라고 기술 시사를 앞두고 직접 PD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볼 정도였다.

피의자로 잡혀 온 마약 브로커 ‘야당’ 강수(강하늘 분)와 식사 장면도 의외의 화제다. 족발을 시켜놓고 보온병에 담은 술을 함께 먹는 장면이다. 형 동생 관계를 맺는 장면이자 관희가 강수에게 자신의 전사를 털어놓으며 캐릭터를 구축하는 신이다.

“생각해 보면 ‘파묘’ 때도 장의사 4명이 모여 일 시작하는 장면도 관심을 받더라고요.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이라 관객들이 그런 장면에서 안정감을 받나 봐요.”

반짝반짝 빛난 유해진의 눈은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저에게 많은 걸 줬죠. 연극에서 영화로 넘어와서 먹고살게 해줬으니까요. 그러면서 예술적인 것도 충족을 시켜줬고요. 일방적인 게 아니라 서로 얘기하면서 만드는 것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네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