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계산기’는 수학 분야에 영특한 출연자에게 붙여지는 호칭이다. 마치 팀 내 도구처럼 표현되지만, 계산기가 없으면 미션을 수행할 수 없어 존중이 담겨 있다. 계산기라 불린 출연자들 대부분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배우 윤소희는 넷플릭스 ‘데블스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플랜2’에서 가장 뛰어난 계산기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tvN ‘문제적 남자’나 ‘벌거벗은 세계사’에 출연해 뛰어난 이공계 지식을 뽐낸 바 있다. 주기율표를 쭉쭉 외우고 각종 과학 관련 지식을 마구 드러냈다. 연예인들이 똑똑하지 않다는 편견을 지우는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다만 성격이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는 타입이라 뚜렷하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데블스플랜2’에서는 다르다. 성격을 바꾸지는 못해 조용하고 묵묵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수학적인 부분에서 훌륭하다. 지적 능력에 재능있는 여타 출연자들 가운데서도 월등하다. 메인매치 승자들이 거주하는 생활동의 히든 미션 ‘기사의 여행’도 가장 먼저 풀어냈으며, 비밀의 문을 연 것도 윤소희다.

7회와 8회에서 이어진 ‘메인매치’ 보물섬에서 활약이 유독 빛났다. 경매를 통해 수집한 화살표로 특정 칸을 연결시켜야 하는 게임에서, 윤소희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홀로 풀었다. 윤소희의 능력 덕분에 생활동은 감옥동보다 수월하게 게임을 풀어냈다. 생활동과 감옥동의 가장 승부처가 됐던 시점인데, 윤소희 덕분에 힘이 생활동으로 쏠렸다. ‘데블스플랜2’의 판을 뒤흔드는 계산기인 셈이다.

이렇게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 교만해져 실수를 저지를만도 한데, 윤소희는 이미지도 잘 챙기는 편이다. 잘난척을 한다거나 욕심을 부리다 다른 출연자의 타겟이 될 수 있는데 인간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어서 화를 부르지 않고 있다. 정종연 PD 프로그램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 조용히 숨죽이며 실리를 챙기고 있다. 덕분에 정현규와 최현준이 감옥동의 타겟이 됐다. 기존 팀원을 배신하면서도 이미지는 챙기고 실리마저 챙겼다.

메인 매치에선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이 프로그램은 최후의 1인이 살아남는 게임이다. 홍진호나 장동민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승자들은 숱한 데스매치를 이기고 올라온 승부사다. 윤소희는 계산기로서는 매우 훌륭했으나, 승부사적 기질은 확실히 보여준 적이 없다. 메인 매치에서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데스매치를 가본 적이 없으나, 지금까지 활약이라면 또 한 번 놀랄만한 기지를 발휘할 것 같다. 우승을 할 수 있을지는 조심스러우나, 이제까지 활약은 최고 수준이다.

지난 시즌 하석진이 우승하면서 연예인들의 두뇌 능력이 여타 분야의 재능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에도 규현과 츄, 윤소희가 나선 가운데 규현과 윤소희가 최종 7인 안에 들면서 맹활약 중이다. 뚜렷한 이미지가 없던 윤소희는 확실하게 ‘브레인 액터’의 이미지를 챙기는 모양새다. 마지막까지 숨죽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도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윤소희가 어떤 매듭을 지을지 유독 관심이 쏠린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