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독립공원’은 1896년∼1945년까지 한국 근현대사 현장이 동일지역에 집중된 매우 특별한 장소.

“역사 현장학습 장소로 ‘나라사랑’과 ‘호국정신’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산 교육장”,

“경복궁·덕수궁과 연계한 ‘서울 역사문화관광 벨트’로, 과거 왕조사와 자주독립의 흐름을 한눈에 체험”.

[스포츠서울 | 글·사진 이상배 전문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서대문 ‘역사테마파크 성지’ 사업 추진단장인 김형수 예비역 장군이자, 현 광운대학교 교수와 인터뷰 내용을 지난 (상) 편에 이어, (하) 편에 추가 보도하고자 한다.

⑥ ‘서대문독립공원‘의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얻어야 할 통합과 각성의 메시지는?

‘서대문독립공원’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신채호 선생은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사”라 했고, 역사학자 에드워드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또한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 역사 속에서 다시 살게 마련이다”라는 문구가 남아 있다. 이는 우리가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보고 거기서 얻은 교훈으로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역사의 본질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1897년 대한제국은 조선의 사대주의 외교를 청산하고 자주독립을 선언하며 새 국가의 틀을 만들고자 했지만, 내부의 분열과 열강에 대한 줄서기 그리고 외세에 기댄 권력 쟁탈로 인해 13년 만에 무너졌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서고 있고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지만, 정치적 양극화와 지역·이념 갈등은 여전히 극복 과제이다. 이런 시기에 ‘서대문독립공원’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외세의 개입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부의 분열이다.

따라서 이 성지화 사업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자존과 통합의 정신을 되새기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깨어 있는 시민의 ‘역사 인식’과 ‘공동체적 책임’이다.

이미 현재도 많은 현역 군 장병들과 예비역 단체들이 ‘서대문독립공원’과 같은 근현대사 유적지를 자주 방문하며, 이곳에서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는 교육적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또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임시정부기념관’은 우리 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최근에는 서대문구에서 육군대학과 MOU를 맺어 교육생들이 단체 방문을 한 바 있으며, 수방사 예하 00사단 장병들도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더욱 제도화하고 활성화함으로써, 병영교육과 안보의식 함양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⑦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구한말 군인들의 희생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서대문독립공원’은 고종시대에 훈련원 터로 사용되었으며, 현재 독립관 터는 과거시험에서 무관을 선발했던 무과 별시장이었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르고 순국한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앞선 시기인 구한말에도 많은 조선 국군이 이곳에 수감되어 고문과 사형을 당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은 외세에 기대지 않고 조선의 자주성과 군의 명예를 지키려 했던 ‘국방정신’의 선구자들이었다.

대한제국이 군제 개혁을 추진하던 시기 러시아와 일본·청나라 사이에서 외교적 주체성을 확보하려는 군사적 시도가 있었고, 이를 방해하려는 외세와 내부 친일 세력에 맞서 싸운 군인들이 반역자로 몰려 투옥되고 처형되었다. 이들의 흔적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내에서도 일부 전시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조명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서대문형무소는 단순히 독립운동의 상징이 아니라, 자주국방의 역사적 뿌리로서도 바라볼 수 있다. 오늘날 군 장병들에게 이 공간은 단순한 ‘형무소’가 아닌,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쓰러져간 선배들의 정신을 기리는 성지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성지화 사업을 추진하는 데, 구한말 국군의 희생도 함께 기억하고 알리는 교육 콘텐츠가 마련된다면 ‘서대문독립공원’의 상징성과 교육적 깊이는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⑧ ‘역사테마파크 성지’ 사업추진 관련하여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사항은?

‘서대문독립공원’은 1896년∼1945년까지의 한국 근현대사 현장이 동일지역에 집중된 매우 특별한 장소다. 독립문·영은문·모화관·서대문형무소·임시정부기념관 등은 각기 다른 시기의 아픔과 투쟁을 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역사적 연속성을 한눈에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가족과 함께 역사를 배우고, 각급 학교의 역사 현장학습 장소로서 ‘나라사랑’과 ‘호국정신’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산 교육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이다. 우리 선조들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끈질기고 불굴의 독립 정신을 되새기며, 모든 국민이 서대문 독립공원을 한 번쯤은 꼭 방문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고 계승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요청한다.

이 공원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자존의 성지’이며, 앞으로도 자주독립의 정신을 되새기고 미래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⑨ ‘역사테마파크 성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향후 과제와 정책적 제언은?

‘역사테마파크 성지’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서대문독립공원’ 내 3개 지역 유적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통합적으로 연결하여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식의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독립문·영은문·독립관·서재필 박사 동상·서대문형무소·임시정부기념관이 하나의 역사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디지털 콘텐츠와 전시해설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둘째, 현재 시설 간 관리주체가 나뉘어 있어 운영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전담 조직 혹은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셋째, 장병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안보·역사 교육 프로그램의 상설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공원이 단순한 기념 공간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국가관을 함양하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넷째, 공원 일대의 인프라 확충과 접근성 개선도 중요한 과제이다. 주차·안내·휴게시설 등 이용자 중심의 편의시설이 확충되어야 방문 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

다섯째, 서대문구는 물론이고 서울시·국가보훈부·국방부 등 관련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성지화 사업을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승격시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여섯째, 천안 독립기념관의 사례처럼 장병들이 방문 시 1일 휴가를 추가 부여하는 제도를 ‘서대문독립공원’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는 현역 장병들에게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역사 체험 교육의 동기를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국방부 차원에서 이와 같은 휴가 연장제도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서대문독립공원’의 성지화는 보다 실질적인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대문독립공원’을 경복궁·덕수궁과 연계한 ‘서울 역사문화관광 벨트’로 조성하여, 과거 왕조사와 자주독립의 흐름을 한눈에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립문과 대한제국의 상징 공간을 포함한 역사투어 코스를 개발하고, 부대시설 확충, 교통 및 안내 인프라를 통합 개선함으로써 내외국인 관광객의 체류형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문화유산 콘텐츠와 디지털 해설 기술을 결합해 교육과 관광이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인터뷰를 마친 김형수 예비역 장군은 ‘지혜·용기·덕망’을 고루 겸비한 덕장의 자세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신념에 찬 의지와 결기를 바라보자니 ‘역사테마파크 성지’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크게 기대될 수밖에 없다. sangbae030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