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서울의 한 대학교 전시 공간에서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비롯해 ‘조센징’ 등 혐오 표현이 담긴 작품이 설치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극우 세력에게 명분만 주는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문제가 된 전시는 지난 3일 오후 11시께 서울 한성대학교 건물 내에서 설치됐다. 전시물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에 태극기를 절묘하게 결합한 듯한 형상과 함께, ‘조센징, 역겨운 조센징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등 노골적인 혐오 문구를 포함하고 있었다.
해당 전시물 중 일부는 성적 대상화와 혐오 발언이 결합된 내용도 포함돼 더욱 충격을 줬다. “조선은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유일한 나라. 그럼에도 나는 외친다. 예쁜 아이돌과 예쁜 여배우 그리고 예쁜 길거리 여자 모두를 임신시켜 유전자 남기고 싶다”는 문장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학교 측은 해당 전시를 승인한 적이 없으며, 발견 즉시 해당 학생에게 자진 철거 조치를 취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들어 국내 곳곳에서 욱일기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서울 시내에 욱일기를 부착한 벤츠 차량이 나타났고, 욱일기 티셔츠를 입고 오토바이를 탄 라이더가 논란이 된 바 있다”며 “심지어 현충일에는 부산의 한 아파트에 대형 욱일기가 걸려 전국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이러한 사건들이 방치되면 일본 정부나 극우 단체가 욱일기 사용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관련 처벌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해당 학생에 대한 징계 여부나 법적 처벌 가능성은 검토되지 않았지만, 학내 커뮤니티와 온라인상에서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금기를 넘나드는 행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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