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창원시에 ‘21가지 요구사항’ 답변 받아
창원시 “20년간 1346억원 투입할 것” 회신
이진만 대표 “즉시·실효·구체성 결여” 반려
협약 파기 전례들며 “현실화 가능성 낮아”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못 믿겠다. 창원시에 대한 NC 입장이다. 노력은 고맙지만, 두 번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NC가 창원시에 “팬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 관람 환경 개선과 선수단 훈련 환경 개선의 즉시성 실효성 구체성 이행력 등이 마련될 때까지 논의할 것”이라고 회신했다. NC가 6월 창원시에 전달한 ‘21가지 요청사항’에 관한 답변을 받아 검토한 뒤 이른바 반려한 셈이다.
창원시는 NC의 21가지 요청사항을 접수한 뒤 20년에 걸쳐 1346억원을 투입해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구단은 못믿겠다는 눈치다.

NC 이진만 대표이사는 “창원시의 노력과 지원 의지에 감사하다”면서도 “팬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 관람 환경 개선과 선수단 훈련 환경 개선의 즉시성, 실효성, 구체성, 이행력 측면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창원시와의 논의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켜켜이 쌓인 감정의 골이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이 창원시의 답변을 반려한 이유를 조목모족 살펴봤다.
◇2군 전용시설 건립에 6~8년?

창원시는 조명탑도 켜지지 않던 옛 마산구장을 사용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2군 선수단을 위한 전용 구장 확보 시점을 2031년과 2033년으로 예상했다. 6~8년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최소 두 번은 바뀐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다. 시장에 따라 시 예산 운용 계획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2031년이나 2033년은 NC에게 너무 먼 미래다.
구단 역시 “지방재정 중앙투자 심사 통과 여부 등 변수가 있다. 전체 기간 단축과 함께 구체적 일정, 국·도비 예산 운영계획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이나 시의회 구성이 바뀌더라도 예산 집행에 관한 변수를 삭제해야 그나마 수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NC파크 주차난 해법 없나?

홈 경기때마다 불거지는 주차난도 풀어야할 과제다. 창원시는 “많은 시민이 애용 중인 삼각지공원은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경기일에 급증하는 주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봉암공단 공영주차장과 이미 협의 완료한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의 청사동 주차장을 활용하는데, 진해와 야구장을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경유하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단측은 “현재 이용 중인 주차 공간 952면은 이미 고정 주차 차량이 많아 관중들의 주차난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추가 확보를 추진하는 장소는 구장과 거리가 멀어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 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주차장 확보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 조달·배분·사용 계획은?

20년간 예산 1346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창원시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예산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관한 설명이 없다.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어떻게 배분해 언제 어디에 쓸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실제로 창원시는 지난달 NC파크 외야 관중석 증설(2000석)에 65억원, 전광판 추가제작에 19억원(이상 추정)이 소요될 것이라면서도 ‘경남도 투자심사·공유재산 심의 등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2군 전용 시설 건립에도 소요 예산 추정치만 제시했을 뿐 재원 마련 방법은 명시하지 않았다. 구단측이 “얼마를 언제 어떤 절차로, 어떻게 투입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약속 지킬 자신있어?

가장 큰 문제는 ‘신뢰 부족’이다. 구단이 창원시의 약속을 공수표로 받아들이는 진짜 이유다.
구단은 “창원시와 협약이 이행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면서 “2011년 창단 당시 체결한 협약을 창원시가 백지화시킨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확약이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이번 계획도 현실화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둘러싼 물밑싸움이 이미 시작됐고, 창원시는 시장 공석 상태다. NC가 창원시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을 이유가 훨씬 또렷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