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도포를 펄럭거리며 갓을 쓰고, 스치면 혈흔이 낭자할 것 같은 칼 군무를 추는 다섯 명의 남자가 있다. 얼굴엔 검은색 핏줄이 드리워져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안타고니스트 사자보이즈다.

주인공 헌트릭스의 반대편에서 악귀를 모으는 존재들이다. 마치 국내 K팝 보이그룹을 연상시키는 멋진 외형으로 헌트릭스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케데헌’이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가운데 ‘바티칸 사자보이즈’가 뜻밖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진 김대건 신부 성상이다.

2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케데헌 인기에 난감해진 바티칸’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2023년 9월 세워진 조선의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성상 사진 위에 “바티칸 사자 보이즈(Vatican Saja boys)”라는 영문이 적혀 있는 글이다.

미국 레딧에서 먼저 알려진 게시물이다. 갓을 쓴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케데헌’ 속 저승사자를 모티브 로 만든 남자 아이돌 그룹 ‘사자 보이즈’와 비슷한 의상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게시물에는 사자 보이즈의 노래 ‘유어 아이돌(Your Idol)’ 가사까지 첨부됐다.

김대건 신부 성상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건 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1821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난 김 신부는 1845년 마카오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조선의 박해를 받다가 1846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순교했다. 이후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김대건 신부를 순교자로 시성했다.

화제성의 배경에는 ‘케데헌’의 폭발적인 인기가 있다. ‘케데헌’ 누적 시청 수는 2억3600만으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거머쥐었다. 영화 최초 3억 시청시간을 달성할 것이냐는 기념비적 목표만 남겨두고 있다. 공개 10주 차에도 영어·비영어 통틀어 영화 부문 주간 1위를 지키며 3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밈이 즐비하다. “카톨릭마저 사자보이즈에 현혹됐다” “귀마의 잔치”라면서 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색적인 풍경도 늘어나고 있다. ‘케데헌’ 싱어롱 상영회에서는 남녀노소 노래를 열창했다. 한국어 가사가 어우러졌음에도 어색함이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아직 8월임에도 관람객이 400만을 넘어섰다. 지난해 1년 관람객은 378만여 명이다. 오픈런이라는 진귀한 광경도 펼쳐졌다. 현재 추세라면 박물관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5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사자보이즈’ 멤버인 애비의 복근 티셔츠나 ‘더피 호랑이 인형’은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더피 호랑이 인형’은 품절 소식에 재입고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케데헌’의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상승 곡선이 꺾일 줄 모른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