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키움, 9일 LG전서 11-2 대승
박정훈, 3이닝 무실점 호투. 데뷔 첫 SV 달성
가을야구 무산됐지만…‘캐스팅 보트’ 쥔 팀?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바짝 메마른 땅에도 새싹은 자라나는 법. 이제 갓 알을 깨고 나와 힘찬 날갯짓을 하는 키움 불펜 박정훈(19)이 그 주인공이다.
키움은 9일 LG전에서 11-2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렸다. 팀 타율 1위와 평균자책점 3위로 막강한 저력을 과시하는 선두 팀을 상대로 거둔 값진 승리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뿐 아니라, 직전 경기에서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캐스팅 보트’를 쥔 팀으로 거듭났다. 상대 전적도 7승9패로 나쁘지 않은 상황.

시즌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올시즌 내도록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키움의 가을야구 진출은 일찌감치 무산됐다. 9일 현재 42승4무85패, 승률 0.331을 기록하며 ‘꼴찌’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리그 최초 100패 불명예는 피한 것과 더불어 시즌 막판 마운드가 어느 정도 살아났다는 점이다.

특히 전날 경기에서 마무리로 등판해 3이닝 1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친 루키 박정훈이 눈에 띈다. 이날 7회초 마운드에 올라 LG 타선에 단 한 개의 안타와 볼넷을 내주지 않고 그대로 틀어막았다. 7~8회에는 상대 팀 타자들을 모두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위력적인 투구를 뽐냈다. 덕분에 데뷔 첫 세이브까지 수확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8순위로 키움의 부름을 받은 박정훈은 올시즌 13경기에 나서 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34를 마크했다. 고교 시절에도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린 유망주. 아직 데뷔 1년 차인 만큼 세부 지표가 많지 않지만, 최근 2경기 5.2이닝 동안 1실점만 기록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게다가 이미 한 차례 선발로 낙점받았다. 지난달 30일 LG전에서 3이닝 7안타 4실점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신인답지 않은 패기를 앞세워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공을 묵묵히 던졌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인 만큼 박정훈의 밀리지 않는 기세가 투구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키움의 2025시즌 가을야구 레이스는 막을 내렸지만,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건희 역시 “새로운 투수가 올라올 때마다 적응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막상 공을 받아 보면 왜 1군에서 던지는지 알 수 있다. 개인마다 특성도 있는데, 그 점을 활용해 경기에 임하다 보니까 중요한 순간에 잘 틀어막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아직 ‘미완’이지만, 꾸준히 경험을 쌓는다면 내년에는 키움 마운드의 확실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박정훈의 패기 어린 투구가 반등 카드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