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무릎쏴 홈런 폭발
40대지만, 눈과 하체가 살아있다
무수히 많은 경험으로 자기 타이밍 잡아
이래서 최형우가 무섭다

[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무릎쏴 홈런’이 터졌다. 젊은 선수도 아니고, 40대 선수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잘할까’ 싶다. KIA 최형우(42)가 여전히 펄펄 난다. 이유가 무엇일까.
최형우는 올시즌 125경기, 타율 0.303, 23홈런 82타점, 출루율 0.399, 장타율 0.527, OPS 0.926 기록 중이다. 42세 선수가 이 정도 기록을 쓴다.
13일 잠실 LG전에서는 인상적인 장면을 다시 생산했다. 6회초 우월 솔로포를 쐈다. 소위 말하는 ‘무릎쏴’가 나왔다. 임찬규의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때렸다.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공이다. 최형우도 일찍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공이 오지 않는다. 그러자 무릎을 굽히며 스스로 타이밍을 늦췄다. 그대로 스윙. 홈런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자기 앞으로 공을 재배치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순간적으로 자세를 숙여도, 밸런스가 좋으니 버틴다.
이범호 감독은 올시즌 최형우를 두고 ‘눈과 하체’를 말한 바 있다. “나이 들어도 눈만 잘 보이면 몸은 대처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동시에 하체가 중요하다. 최형우는 하체 훈련 많이 한다. 결국 눈과 하체가 안 흔들리니까 계속 좋은 모습이 나온다”고 짚었다.

13일 터진 홈런도 같은 결이다. 하체가 단단하게 받쳐주니 스윙 도중 자세를 낮춰도 자기 스윙이 나온다. 눈은 원래 좋다. 역대 볼넷(1196개) 2위에, 통산 출루율도 0.400이다. 그리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무언가가 또 있다. ‘경험’이다.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니까 친 홈런이다. 그 짧은 순간에 무릎을 굽히면서 공을 띄웠다. 다른 선수였다면 그냥 땅볼이다. 타이밍을 원래 잘 잡는 선수다. 말로 설명이 어렵다. 본능이 시켰다고 본다”며 웃었다.

경험을 말했다. “뇌가 시키면 몸은 따라가게 된다. 돌발 상황에서는 뇌가 주문을 안 하니 몸이 안 나간다. 그래서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타석에 많이 들어가야 한다. 18.44m 사이 공간에서 내 타이밍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터득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결국 경험이 뇌를 트레이닝 한다. 훈련도 굉장히 중요하고, 경기도 많이 나가야 한다. ‘많이 뛰어야 는다’고 하지 않나. 많이 뛴 선수와 아닌 선수의 차이가 여기서 나온다. 타이밍 맞추는 게 다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형우도 신체능력은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대신 경험이 있다. 타석에서 수싸움도 능하다. 그리고 ‘살아있는’ 눈과 하체로 이를 공략한다. 먹는 나이는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쪽으로 커버하고도 남는다. raining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