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사신에 고개 숙이는 장면까지 논란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tvN ‘폭군의 셰프’가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역사 왜곡의 논란이 제기된다.

문제의 장면은 최근 방영분에서 등장한다. 연산군(이채민)과 명나라 사신 우곤(김형묵)이 나란히 상석에 앉아 요리사들의 솜씨를 평가하는 대목이다.

제작진은 절대 미각을 가진 폭군과 음험한 사신을 나란히 앉히며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렸지만,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은 명나라 책봉체제 아래 번국(藩國)으로 간주됐으며, 명 황제로부터 왕의 칭호를 책봉받았다. 따라서 국왕은 언제나 정전의 어좌(御座)에 홀로 앉고, 사신은 계단 아래 하석이나 측면에 배석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실제로 ‘세종실록’ 26년(1444년) 기록에도 “왕은 정전 어좌에 앉고, 사신은 동쪽 아래에 배석하였다”는 구절이 남아 있다. 이처럼 조선왕조실록 곳곳에 “왕은 어좌(御座)에 앉고, 사신은 계단 아래에 배석하였다”는 표현이 반복 등장한다. 철저한 상하 배치가 맞다는 것.

그럼에도 드라마에서는 연산군과 사신이 마치 동등한 권위를 지닌 인물처럼 나란히 앉아 음식을 평가한다. 이는 철저히 극적 장치이자 창작물일 순 있지만, 역사적 사실과는 맞지 않는 설정이라는 비판이다.

제작진은 이를 의식한 듯 연산군의 어좌와 사신의 의자에 디자인 차이를 두었지만, 연출 자체는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그런데 논란은 또 있다. 극중 경연장에서 연산군이 명나라 사신에게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왕이 황제의 조서를 받을 때 꿇어앉는 의례는 있었지만, 사신 개인에게 직접 머리를 숙이는 모습은 역사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폭군의 셰프’가 넷플릭스 글로벌 1위이기 때문에, 더 뼈아프게 다가오는 몇몇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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