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추석 연휴 저녁,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 부부가 예능 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6일 밤 방영된 JTBC 추석 특집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딱딱한 국정 현안 대신 음식에 담긴 정책 비전과 소탈한 개인사를 풀어놓으며 대중과 소통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7년 SBS ‘동상이몽2’에 출연한 이후 8년 만의 예능 나들이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 “문화의 진짜 핵심은 음식”…단순 홍보 넘어선 ‘K-푸드 산업론’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예능 출연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그는 “K팝, K드라마도 매우 중요하지만, 문화의 진짜 핵심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입맛은 한번 고정되면 잘 바뀌지 않아 지속성이 강하다. 이는 우리 음식이 단순한 문화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산업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K-푸드를 바라보는 자신의 철학을 드러냈다. 단순한 한식 홍보를 넘어, K-푸드를 반도체와 자동차를 잇는 차세대 수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의지가 담긴 발언이었다.
옆자리에 함께한 김혜경 여사 역시 힘을 보탰다. 최근 해외 순방 경험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외국에서 우리 김밥이 일본의 ‘스시’로 통용되곤 했는데, 이제는 현지 아이들조차 ‘김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더라”라며 K-푸드의 달라진 위상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이는 한류의 확산이 K-콘텐츠를 넘어 이제는 한국인의 일상과 식문화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이었다.
◇ ‘잣 타락죽’과 ‘시래기 피자’, 대통령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다

이날 방송의 백미는 단연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들이 펼치는 요리 대결이었다.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K푸드’를 주제로 한 1라운드에서, 최현석 셰프는 삼계탕과 프라이드치킨을 결합한 파격적인 ‘하이브리드닭’을, 손종원 셰프는 잣타락죽, 보리새우강정 등 잣을 활용한 전통 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대통령 부부의 선택은 손종원 셰프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잣타락죽을 맛본 뒤 “지금까지 먹어본 여러 수프 중에서 단연 최고”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아, 전통의 맛이 가진 세계적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어진 2라운드의 주제는 이 대통령이 “추억의 음식이자 최고의 건강식”이라고 밝힌 ‘시래기’였다. 정지선 셰프가 시래기를 활용한 송편과 지짐떡으로 정공법을 택한 반면, 김풍 작가는 누룽지로 도우를 만들고 시래기 토핑과 비트로 색을 낸 연근 튀김을 페퍼로니처럼 올린 ‘이재명 피자’라는 상상력 넘치는 요리를 내놓았다.

결과는 김풍 작가의 승리였다. 이 대통령은 연근 튀김을 맛본 뒤 “보기와는 전혀 다르다. 이건 독자적인 상품으로 만들어도 성공하겠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어 피자를 시식한 후에는 “(요리 과정은) 장난스럽게 하셨는데 맛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시래기라는 주제의 맛을 확실히 살렸다”고 호평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K-푸드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이번 방송은 지난달 28일 사전 녹화됐으며, 당초 5일 방영 예정이었으나 국가전산망 담당 공무원 사망에 대한 추모의 뜻으로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방영이 하루 연기됐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