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사과도 늦었다. 연예인들의 ‘술 파티’였다는 비판을 받은 유방암 인식 개선 행사 주최 측이 결국 고개 숙였다.

논란의 발단은 패션잡지 더블유 코리아가 지난 1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러브 유어 더블유 2025(Love Your W 2025)’ 행사였다.

취지와 달리 행사 전반이 ‘유방암 인식 개선’보다는 ‘연예인 사교 파티’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더블유 코리아 측이 공개한 콘텐츠를 보면, 유방암 조기 검진이나 환자 지원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유명 연예인들이 화려한 드레스와 수트 차림으로 술잔을 들거나 공연을 즐기는 장면이 대다수였다.

특히 음주가 암 발병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점에서 비판의 강도가 거셌다. 연예인들이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장면이 유방암 인식 개선에 어떤 도움이 되었느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참석한 연예인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순히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유방암 인식 개선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블유 코리아의 대응도 논란을 키웠다. 사회적 질타가 거센 상황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확산시켰다. 앞서 한 연예계 관계자는 “행사에 참석한 연예인들에게도 대중의 따가운 눈총이 쏠리는데, 왜 더블유 코리아가 빨리 대응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결국 더블유 코리아는 행사 개최 5일째인 19일에서야 사과했다. 이들은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러브 유어 더블유’는 2006년 시작된 캠페인으로, 20년 동안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노력해왔다”면서 “그러나 지난 15일 행사는 캠페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구성과 진행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저희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방암 환우 및 가족분들의 입장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하여 불편함과 상처를 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며 선한 마음으로 참여해 주신 많은 분들이 논란으로 불편함을 겪으셨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할 따름”이라고도 전했다.

더블유 코리아는 “이번 행사로 상심하셨을 모든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저희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세월 동안 이 캠페인의 핵심에는 유방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알리고 저소득층 수술 치료비를 지원하는 한국유방건강재단의 활동, 또 그 활동을 후원하기 위해 따뜻한 관심을 보여준 분들의 지지가 있었다”며 “그들의 애정 어린 진심이 빛을 잃지 않도록, 여러 비판과 지적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계속해서 살펴 나가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더블유 코리아는 “이번 일을 계기로 행사 기획과 실행의 전 과정을 보다 면밀히 재점검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이들은 논란이 된 행사 현장 영상과 사진도 SNS에서 모두 삭제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