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잠실=이소영 기자] “나이로 야구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잖아요.”
‘한국시리즈(KS) 최고령 승리투수’ LG 김진성(40)은 팀의 2연승 후 이렇게 말했다. 매년 새로운 선수가 치고 올라오는 치열한 프로무대서 불혹의 나이에 거둔 값진 승리지만, 아쉬움도 교차한 모양새다. 알게 모르게 나오는 베테랑 선수들을 향한 편견 때문이다.

LG의 ‘가을야구 연승 질주’가 예사롭지 않다. 7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로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수·주에서 빈틈없이 상대 팀을 공략하고 있다.
첫 PS를 맞이한 선수가 많은 한화와 달리 LG는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다.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은 루키들을 비롯해 뒤에서 이끌어 주는 선참 선수들까지 고루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3년 만의 통합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베테랑의 노련함은 절박한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2차전 김영우가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리자, 김진성이 바통을 이어받아 1.1이닝 2삼진 무실점 완벽투했다. 점수 차는 2점 차에 불과했기에, 자칫하면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순간 마운드를 단단히 걸어 잠갔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진성은 “(김)영우가 흔들린 게 아니”라며 “잘 던졌다. 다만 영우는 워낙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다. 그런데 제 구속은 그렇게 빠르지 않다.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매구 혼을 실어서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늘 하던 대로 다 막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매 경기 활발한 득점 지원을 해주는 타선에 대해선 “덕분에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지는 것 같다. 투수 입장에서도 힘이 되는 부분”이라며 “지켜야 할 점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사명감을 가지게 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KS 성적이 워낙 좋은 김진성이다. 친정팀 NC에서도 무실점을 기록했고, LG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간절함을 꼽으며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절함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며 “제 나이에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라고 힘줘 말했다.

첫 KS 승리뿐 아니라, 40세 7개월 20일의 나이로 KS 최고령 승리투수 타이틀까지 얻게 됐다. 그는 “물론 기쁘다”다면서도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베테랑이라 편견이 있는 것 같다. 나이로 야구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