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세련된 촌스러움’이란 모순이 매력이다. 70~80년대의 클래식한 정서를 현대적인 록 사운드에 담아낸 것이 모순의 배경이다. 1992년생 원숭이띠들이 모여 시작한 밴드 잔나비는 ‘낭만 밴드’로 자리잡았다.

정규 4집으로 돌아왔다. ‘사운드 오브 뮤직 파트2: 라이프(Sound of Music pt.2 : LIFE)’가 앨범명이다. 세련된 촌스러움을 유지한 채 서사의 배경을 바꿨다. 파트1에서는 우주라는 공상과학 이미지를 다뤘다면, 파트2에선 땅에 딛는 이야기다. 비일상적인 환상에서 일상적인 현실로 귀환한 셈이다.

주제는 첫사랑이다. 유치함과 미숙함 사이에서 줄다리기했다. 가장 잔나비다운 음악이자, 동시에 가장 새로운 잔나비라는 평가다.

보컬 겸 프로듀서 최정훈은 “그동안 쌓아온 오래된 습작 노트를 서랍에 고이 넣는 동시에 새로운 노트를 사러 문구점에 가는 듯 환기하는 기분도 느껴진다”며 “전자적인 부분을 많이 덜어내고 30대에 들어선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그 감정을 담은 앨범”이라고 강조했다.

타이틀곡은 ‘첫사랑은 안녕히-’다. ‘첫사랑’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진부함을 피하기 위한 음악적 발버둥이 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장르, 예상치 못한 전개를 곡의 훅으로 삼았다.

최정훈은 “‘유치함과 미숙함 사이의 줄타기’가 가장 어려웠다. 틀에 박히지 않기 위해 곡에 꽤 많은 전조를 넣었다”며 “풋풋함 속에 쓸쓸함을 더하기 위해 1절 후렴의 끝을 단조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잔나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낭만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걸 예술가의 미덕으로 삼는 잔나비다. 일상에 숨겨진 의미를 음악적 언어로 풀어냈다.

최정훈은 “한가로운 시간 속에서도, 바쁜 일상에서도, 낭만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타고난 능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낭만을 노래하는 잔나비의 감미로움에 특별한 목소리가 더해진다. 양희은과 악동뮤지션 이수현이다. 밴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동시에 진정성을 갖겠다는 전략이다. 양희은의 목소리는 눈물을 낳았다.

“(양)희은 선생님은 제게 늘 ‘어른을 대표하는 목소리’였어요. 선생님과 함께 부르면 진짜 청춘의 이야기가 완성될 거라 느꼈어요. 단 네 테이크 만에 모두를 울리셨죠. 그 경험은 제 음악 인생의 가장 큰 순간입니다.”

이수현의 목소리엔 감탄이 터졌다. 최정훈은 이수현과의 작업에서는 “‘우리 모두 잘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훨씬 편하고 크리에이티브한 분위기였다. 이 곡에서 엄마 설정인데, 단숨에 질감을 바꾸더라”며 극찬했다.

‘라이프’라는 제목처럼 창작의 과정에도 일상과 낭만이 공존한다. “걸으면서 만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뉴욕 거리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가사를 채워야 할 곡의 인스트 버전을 들으며 걷다 보면 그 곡에 어울리는 장면들이 자연히 눈에 들어와요. 수첩에 적거나 흥얼거리며 기록하죠. 하루를 마무리할 땐 오늘의 문장 하나쯤은 밑줄 칠 게 생깁니다. 그런 조각들이 모여 곡이 완성됐어요.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 시리즈는 2025년의 파편 같은 앨범이에요. 그만큼 기억할 일이 많은 한 해였어요. 언젠가 이 노래들을 다시 들을 때, 이 시절의 우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길 바랍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