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9일 T1과 월즈 결승

“하던 대로, 지금의 나대로”

내 전성기? 바로 지금 이 순간

[스포츠서울 | 청두=김민규 기자] 10년을 버텼다. 최고의 전성기를 묻는 질문에 “바로 지금”이라고 했다. KT 롤스터의 심장 ‘비디디’ 곽보성(26)의 얘기다. 시련도 있었지만 버텨낸 끝에 곽보성이 마침내 세계 최고 무대의 마지막 문 앞에 섰다.

‘2025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미디어데이가 7일 중국 청두에서 열렸다. 결승 무대에 오를 KT와 T1 선수단이 모두 참석해 9일 청두 동안호 스포츠 파크 다목적 체육관에서 펼쳐질 시즌 최종전의 각오를 밝혔다.

KT는 이번 결승전에서 ‘기적의 서사’, ‘언더독’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분위기는 묘하게 가볍고 단단했다. 이 자리에서 곽보성은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는 생각이 크다. 우리 팀은 잘 하고 있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며 “팀원들에게도 ‘하던 대로 하자’고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커리어는 길었다. 프로 데뷔 이후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고, 때론 ‘정점에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따라붙었다.

곽보성은 “프로 생활을 하면서 힘든 순간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더라. 오히려 나를 깎아먹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그는 입버릇처럼 말하던 목표에 도달했다. 현재 자신의 경기력이 정점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지금이 제일 즐겁다. 올해가 경기력이 제일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제 그 앞에 놓인 상대는 LoL e스포츠의 상징, ‘페이커’ 이상혁(29·T1)이다. 곽보성은 누구보다 ‘페이커’의 무게와 순간 집중력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페키어’ 선수는 원래도 클러치 능력이 좋은데, 롤드컵에서는 더 좋아진다. 그러나 나도 지금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KT가 결승까지 오른 서사를 보면 2022년 DRX의 기적 같은 우승을 떠올리는 팬들이 많다. 그러나 곽보성은 당시 롤드컵 결승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스스로의 경기력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일어섰다. 누군가의 기적을 부러워하는 것이 아닌, 이제 직접 만들어낼 차례다.

곽보성은 “그때는 힘들어서 경기를 못 봤다. 지금은 다르다. 마음도, 경기력도, 팀도. 이제는 보여줄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10년을 버텼고, 이제 단 한 경기만 남았다. 곽보성은 이 결승무대를 ‘이겨야만 하는 경기’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 제가 가진 걸 모두 보여주겠습니다.” kmg@sportsseoul.com